카드사 휴면카드 마케팅에 고객 불만 ↑

2009-03-08 12:17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 모 씨(27세 여)는 최근 8개월이 되도록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2장을 해지했다.

발급을 권유받았을 때는 포인트 적립 혜택이 2배나 되고 무료 주유권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신청했지만 이젠 지갑 공간만 차지하는 플라스틱으로 전락했기 때문.

그러나 박 씨가 카드를 해지한 진짜 이유는 이것저것 부가서비스를 준다며 사용해달라는 카드사의 요청전화를 받기 지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용카드 발급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채 지갑속에 묵혀놓는 이른바 '휴면회원'에게  카드 사용을 독촉하는 전화가 빗발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계소비가 줄어들자 각 카드사들이 잠재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신용카드 무실적 회원수는 1532만명으로, 전체 신용카드 회원수는 7351만명의 약 20.84%를 차지했다.


무실적 카드는 전체 신용카드 발급 장수 9624만매의 약 27%에 달하는 2572만매를 차지했다.

'무실적카드'란 6개월 동안 사용되지 않은 카드를 말한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보통 IC카드 하나를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2400원. 지난해 말 기준 617억 2800만원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 수가 너무 많아지다 보면 사회적 비용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실적카드가 전체 발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일단 카드사 쪽에서는 회원관리 비용이 그만큼 들게 돼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가 휴면 카드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객 입장에서 쓰지 않는 카드의 경우 보통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휴면카드를 분실했을 경우에는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가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면 카드의 경우 일괄적인 마케팅 전략을 이용하는 것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 홍보하는 맨투맨 전략을 쓴다"며 "보통 일대일로 전화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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