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처 성적표 中〉韓〉日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순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일본 은행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은행 부도설이 나돌 정도로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 5834억위안(857억9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467억위안) 대비 30.6% 증가한 수치다.
자본회수율은 17.1%에 달했으며 비건전성 대출 규모도 지난해 말 현재 5681억8000만위안으로 전체 대출 가운데 2.45%에 불과했다.
국책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53%로 전년 대비 122.2%포인트 증가했고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98.5%로 전년보다 28.3%포인트 개선됐다.
이같은 수익성 개선을 토대로 지난해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등 4개 은행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은행에 진입했다.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경기침체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조51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5% 감소했으며 4분기에는 31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9.5% 줄어든 1조44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순이익 감소폭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4555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86.2% 급감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4분기에는 69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우리은행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47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쳐 전년 대비 54.8% 감소했다.
한·중·일 3국 중 일본 은행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해 4~12월 누적 실적 기준 일본 6대 금융그룹의 영업이익은 135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 폭락했다.
미쓰비스UFJ 금융그룹은 같은 기간 3146억엔 흑자에서 420억엔 적자로 전환했다. 이 은행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5년 그룹 출범 후 처음이다.
결산 시점인 올 3월 누적 실적도 500억엔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92.1% 급감한 금액이다.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73.9% 감소한 834억엔의 이익을 기록했다.
노무라홀딩스는 860억엔 흑자에서 4923억엔 적자로 돌아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이 은행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리먼브라더스 인수로 부실 규모가 확대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소나홀딩스는 전년 동기 대비 28.1% 감소한 863억엔의 이익을 기록했다.
일본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실적도 악화됐다"며 "특히 일본 은행들은 한국이나 중국 은행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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