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번에는 채권시장 점령?...향후 위기설 전주곡?
외국인 올들어 채권 2조8800억 순매수
단기채권 집중은 문제...또다른 위기설 전주곡 될 수도
국내 자금은 은행권으로 이동
환율 급등과 함께 '3월 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채권을 대거 매수하고 있는 반면 국내 부동자금은 시중은행에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10월에만 4조원이 넘는 채권을 매도하고 11월과 12월에도 각각 8600억원과 2600억원의 채권을 매도했기 때문. 지난해 말 대대적인 매도 이후 올들어 갑작스럽게 순매수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월 한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8639억원, 코스닥에서 2600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1조1282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모두 2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달러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신흥시장에서 국내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반영해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시각과 함께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리차를 노린 세력이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기가 증시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증시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출현하고 있다.
△단기물 집중은 부담...또다른 위기설 전주곡 될 수도=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이 채권을 순매수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리스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부분 단기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3월 위기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단기채권에 자금이 집중된다면 위기설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난 9월 위기설 당시에도 외국인들은 단기물 중심으로 채권을 사들였고 이후 10월 위기설 등 시장 불안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채권, 외환, 증시에서 그나마 채권을 통해 먹을게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면서 "대외적인 변수가 터질 경우 외국인이 단기물을 대거 던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CRS 금리 하락에 따른 재정거래 목적의 투자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경우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채권시장에 일시에 발을 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 채권이 잔존만기 2년 이내 단기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과 3년 이상의 장기채권에 투자할 경우에도 만기를 채우지 않고 단기에 매각하는 성향을 감안할 때 자금의 일시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이 단기간에 이탈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추가로 급등하고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3월 위기설'로 들썩이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이 풍전등화의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월 대비 10조9382억원 늘어난 것으로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는 요구불예금이 148조853억원으로 전월 대비 4% 증가하는 등 단기수신성 상품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의 수신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단기 수신성 상품으로의 부동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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