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의 미디어를 위한 ‘합창교향곡’
개인. 조직의 상호작용을 돕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매스컴의 본질이다. 매스컴은 기원전 4~5천년경부터 사회변화 구조에 따라 뉴미디어가 출현, 발전해 왔다.
언어.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인쇄미디어를 중심으로 신문. 출판이 번창하였다. 텔레커뮤니케이션 시대는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인터넷. 멀티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이 영역은 다른 시대의 소멸을 가져오지않고 오히려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며 미디어의 블록을 형성해 왔다.
다시 말하면 수용자에게 논리적 사고와 지식을 깨닫도록 하는 ‘읽기’ 중심의 신문과 오락. 교양을 즐기도록 하는 ‘보기’ 중심의 방송, 자기의 의견. 감정. 정보 따위를 ‘쓰기’로 보상감을 느끼는 인터넷 등 3개영역이 동반 발전해 온 셈이다.
혁신적인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디지털시대가 도래, ‘읽기. 보기. 쓰기’의 벽이 허물어진지 오래이다.
반면 군사정권 시절에 인위적인 영역 분리를 감행했던 연유로 언론계에 상호 비방. 견제의 비능률적인 경쟁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미디어의 구조적인 불합리성이 노출되었으며 정권교체가 여러차례 이뤄지면서 특정집단에 의해 언론기능이 도전을 받아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같은 위기극복과 첨단기술의 합리적 조화 방안이 미디어융합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동기이며 그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 곧 미디어관련법이다.
그 내용 중 주목받는 부문은 신문법에선 ‘신문. 방송 겸영금지조항 삭제’. 방송법에선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 및 보도채널의 각각 49%까지 지분소유’. 신문. 통신의 SO 및 위성방송 소유 49%로 완화‘. ’대기업의 위성방송 소유제한 폐지‘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대기업과 대형신문에 뉴스보도와 해설을 할 수 있는 지상파. 종합편성 채널. 보도채널을 허용함으로써 언론의 편식현상을 초래, 여론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제도적 장치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본다.
언론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디지털시대의 새 언론 모멘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부분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피아노에 막대기를 얹어놓고 입으로 전달되는 음의 파장을 가슴으로 느끼며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성했다고 한다.
교향곡은 관현악기를 동원, 대단원의 소나타형식 곡을 만드는 것이다. 제4악장에 인간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취급, 성악으로 승화시켜 한데 어우러진 불후의 명곡 ‘합창교향곡’을 만들어 냈다.
이 봄을 맞아 문장력. 취재력에서 우위성이 있는 신문과 현장성. 영상력이 뛰어난 방송. 속보성. 친근성에 앞선 인터넷이 한 테두리에서 공공성에 입각, 상호 보완하고 언론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면 명실공히 미디어의 융합이 이뤄지고 미디어의 발전적 합창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 때 열악한 언론현실의 겨울은 지나고 건실한 새 언론상이 꽃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과 함께 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대해 여러 지원책을 검토,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 미국. 독일은 겸영에 대한 일정한 제한규정이 없어 선진국은 대부분 겸영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으며 다만 여론 독과점 방지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하고 있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편집고문 겸 뉴스룸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