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봉이냐?"..금융권 잡세어링 부담 전가에 '분통'
금융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4학년 이 모씨(25·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예상 초봉이 1000만원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들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 같은 회사에 입사했는데 왜 1년 전 입사자 보다 낮은 처우를 받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취업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잡셰어링에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사원 선발을 위해 신입사원들의 연봉을 20~30% 가량 낮추는 바람에 1년 전 입사자들과 연봉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초봉이 줄어드는 것 뿐만 아니라 2급 또는 3급 이상의 간부직 승진시까지 낮은 호봉 체계가 적용돼 연봉 삭감폭은 더욱 더 커지게 된다.
특히 신입사원 연봉 삭감 현상은 금융공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 방침에 따라 상여금 등을 제외한 대졸 초임 연봉을 3100만원 수준에서 15~20% 정도 삭감할 예정이고 금감원도 대졸 초임을 3400만원 수준에서 20% 정도 낮출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채용 예정인 200여명의 정규직 신입 행원 초임을 20% 삭감한 2900만원 수준(기존 3700만 원)으로 줄일 방침이다.
올해 15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인 주택금융공사는 신입사원 연봉을 30% 깎을 예정이고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신입사원 초임을 30% 낮춘다.
이 같은 금융공기업들의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취업 준비생들과 금융권 내부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잡셰어링을 위해 신입 초임 만을 낮추는 것은 불공평하고 연봉 삭감을 전직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곽 모씨(29·남)는 "채용의 문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전 직원의 임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낮춰야지 왜 신입사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느냐"며 "이것은 신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일종의 착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존 직원들의 고통분담을 통한 신규 채용 확대라는 잡셰어링의 본래 취지에 맞게 임금삭감이 임직원들로부터 시작돼 하위직급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받는 금융공기업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노조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재직 중인 임직원의 연봉을 깎으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아 노조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 관계자도 "재직 중인 직원의 연봉을 삭감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한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최근 지주사와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 등 전 계열사의 부장, 지점장, 센터장 등 부서장급 간부직원 1400여명의 급여 5%를 반납해 신규 직원은 물론 인턴 채용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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