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한국경제

2009-02-24 08:40

美 금융위기 이어 동유럽발 금융위기 직면..내수·고용·투자 악영향 우려
금융위기-실물위기-경기침체-금융시장 등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

한국경제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 등 대외적 악재가 겹쳐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부문의 불안이 실물로 전이되면서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가 되면 경제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2차 글로벌 금융불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추가적인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서민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 심화가 우려된다. 

이번 상황은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 반영되면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1차 금융 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리먼 사태’ 이후 금융부문에서만 터졌던 1차 위기는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단기간에 불을 껐지만, 지금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 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고, 경기침체가 다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금의 동유럽발 악재 등은 위기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며 “외환시장에서의 외채상환 압력, 금융시장 동요 등 일련의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기고 있는 내수와 소비, 투자, 고용 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부문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순차적으로 악화되며 올 1월에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할 정도로 악화된 영역도 있다.

지난해 12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8.6% 급감해 통계청이 데이터를 보유한 1970년 1월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재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7.0% 줄어 1998년 12월 이후 최저치였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 동월과 비교해 3.1% 감소,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1월 신규취업자수는 10만3000명 감소해 2003년 9월(-18만9000명)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물가 오름세로 연결되는 점도 문제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2~3%대로 예측되는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선진국에 비해 고점 대비 하락폭이 낮다는 점에서 환율이 서민생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동유럽 금융위기가 현실화한다면 체력이 약한 신흥시장이나 대(對)동유럽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등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세계 경기침체로 올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에선 실업자 수가 조만간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성장 목표도 지난해 말 3%에서 올해 초 -2%로 급락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의 불안상황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적인 충격 강도에서는 1차 위기 때보다 적을 수 있어도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걸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동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동유럽의 위기는 서유럽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면서 “한국은 물론 국제적 리더들은 이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연구원 미주팀장도 “윤증현 경제팀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시장 소통을 중시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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