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이의 와인 e야기]

와인을 접하면서 디켄팅(Decanting)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디켄팅의 의미와 필요한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디켄팅이란 유리나 크리스탈 재질의 디켄터라는 호리병에 와인을 따라두었다가 일정시간 공기 중에 방치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디켄팅을 하는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와인 병 속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합니다.

오래된 와인의 경우 가끔 생기는 주석산염 이라는 결정체를 제거할 때, 또는 와인 오픈 때 실수로 코르크를 빠뜨렸거나 부러졌을 때, 와인을 세워둔 채로 어느 정도 기다린 후 양초와 디켄터를 이용하여 가라앉은 불순물을 남겨둔 채 와인만을 디켄터에 따라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디켄팅의 주된 목적으로 쓰이는 브리딩을 위해 디켄팅을 합니다.

브리딩(Breathing)이란 공기중의 산소와 와인을 접촉 하게하는 과정으로 일종의 산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나친 블리딩은 식초를 만들게 되지만, 오랜 기간 병 속에 갇혀 있는 와인은 상당이 거칠며, 향이 굳게 닫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좁은 공간에 며칠씩 갇혀있다가 밖으로 나오게 되면 본래 그 자신의 성향보다는 더 거칠어지거나 예민해 지면서 일정시간 동안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처럼 최초 공기중의 산소에 노출이 된 와인은 알코올향도 강하고 아로마나 부케 또한 밋밋할 수가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강했던 알코올의 느낌은 점점 약해지고 닫혀있던 아로마와 부케는 점점 풍부하게 열리게 됩니다.

이후 시간이 오래 지속이 되면 소위 꺾였다는 표현을 쓰는, 점차 와인이 그 힘을 잃어가는 상태가 되며 장시간 산화가 진행이 되면 결국 식초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와인에 있어서 브리딩 과정은 필수일수 있겠지만, 디켄팅은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필자는 주관적으로 디켄팅의 가장 큰 목적은 불순물 제거에 있고, 블리딩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디켄더를 이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인원이 오래된 와인이나 장시간의 블리딩을 요구하는 와인을 마신다면 미리 오픈 한 와인을 그 상태로 브리딩을 하거나 버틀러(와인병을 비스듬하게 기울여 놓을 수 있게 도와주는 물건)를 이용해 조금 더 산소와 접하는 부분을 넓게 하여 블리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디켄터를 이용하여 너무 빠르게 공기중의 산소와 접하게 되면 산화과정이 마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어 미처 다 마시기도 전에 와인이 꺾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 에서 비싼 와인이라 해서 디켄팅을 해주고 저렴한 와인이라 해서 그냥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에 따라서는 오히려 디켄팅을 통한 브리딩이 와인을 더욱 빨리 시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굳이 디켄팅을 해서 마시길 원한다면 “저…죄송한데 와인 병에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은데 디켄팅을 해주실수 있을까요?” 라고 말을 한다면 분명히 그 말을 들은 직원은 잠시 후 디켄터를 손에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시음을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몇 모금씩 마시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면 성급한 블리딩 보다는 서서히 변해가는,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와인을 느끼면서 마시는 것이 그 와인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행운이 되지 않을까요?
Joe18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