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관련 정부 대책, 과연 실효성 있을까

2009-02-10 17:16


정부가 10일 국무총리 주제 하에 국무회의를 열고 용산참사와 관련된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 내용은 △상가세입자에 대한 휴업보상금 1개월분 증액 △우선분양권 제공 △순환개발을 통한 주거세입자의 주거보장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지방자치단체장의 회계감사기관 직접선정 △재개발시 건물주의 이주비용 분담 등이다.

   
 
 

◆건물주의 비용분담, 재개발 추진 발목 잡을 수도

10일 부동산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의 순환개발은 기존 진행돼 온 뉴타운 사업이 주거 세입자들의 재정착과 관련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재정착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회계감사기관을 직접 선임하고 지자체가 감정평가법인과 직접 계약하는 방안은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물주의 이주비용 분담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물주의 경우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추가부담금과 세입자 보증금 반환 등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 세입자의 이주비용까지 분담하게 되면 금융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건물주의 재개발 사업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와 관련해 위원회의 구성 비율과 위원회 결정의 실효성 여부도 관건이다.

정부의 세부적인 안이 나오면 보다 구체화되겠지만, 분쟁조정위원회가 조합과 세입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그 구성 비율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위원회의 조정 결정이 단순히 권고 수준에 머물 경우 무의미한 행정 기구가 될 수 있어 그 강제성을 어느 정도 수위로 결정할 지도 관심사항이다.

◆상가 세입자를 위한 대책은 실효성 제고해야

상가 세입자와 관련된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휴업보상금을 기존 3개월분에서 4개월분으로 늘렸지만, 상가 세입자의 점포 이전을 위한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생계 지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보상으로 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가 세입자에게 조합 분양분을 제외한 상가의 우선분양권을 제공하는 대책 또한 실효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우선분양권 제공이 조합원과 동등한 조건으로 이루어진다면 지분을 투자한 조합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 진행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우선분양권이 단순히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에 한정된다면 상가 세입자의 입장에서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수한 입지의 점포는 조합원 분양분에 우선 제공될 가능성이 크고, 상가의 분양은 아파트와 달리 장기간을 요하는 탓에 상권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가격 면에서의 혜택이 없는 단순한 우선매수권은 세입자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를 재개발의 일원으로 끌어들일 대책 필요해

이처럼 이번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재개발 사업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추가적인 세부안이 발표될 때까지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이번 정부의 세입자 관련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우선분양권의 제공과 관련해서 최근 송파 가든파이브의 청계천 이주상인을 위한 점포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우선 분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급가격으로 인해 분양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점을 새겨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보상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개발이익 환수액의 일정부분을 할애해 세입자에게 지분권을 제공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세입자 또한 재개발의 이익을 공유하는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재개발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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