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수장 합리적 기준 제시해야
진동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적정치를 10%로 제시했다. 기본자기자본(Tier1)비율도 7%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조달비용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확대에 열을 올려 온 은행들로서는 맥이 풀릴 만한 얘기다.
그 동안 은행들이 비싼 이자를 물면서 채권을 발행하고 증자에 나섰던 것은 BIS비율 12%, 기본자기자본 비율 9%를 암묵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정부 방침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은행들은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에만 후순위채 및 하이브리드채 발행, 증자 등을 통해 17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했다.
기준치를 밑도는 은행에 대해서는 당장이라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뺏을 것처럼 윽박지르니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돈을 끌어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초 정부와 금융 당국이 자기자본 비율을 엄격하게 규제한 것은 여윳돈을 많이 만들어 기업 지원에 활용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은행들은 정부의 기대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자기자본 비율 권고치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혹시라도 수치가 떨어질새라 좀처럼 돈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은행들이 기업 지원에 소홀하다며 질타했지만 정작 은행들을 움츠러들게 만든 것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였다.
최근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나듯 은행들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부실기업 퇴출에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에 금융 당국이 자기자본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숨통을 틔워줄테니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달라는 제스처다.
처음부터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은행권을 설득했다면 그 동안의 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 당국이 1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금융 정책도 한층 더 합리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