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바스'에 빠진 세계자동차...추풍낙엽 신세

2009-02-10 18:01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동차 산업이 사실상 벼랑 끝에 내 몰렸다. 쌓이는 재고에, 고갈된 기초체력에 공장 가동을 줄이는 날이 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지난 2일부터 울산2공장 생산라인을 2주간 주간에만 가동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차 판매실적이 급감해 올해 1분기 생산량을 전년대비 24%에서 최대 30%까지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쌍용차는 정상화까지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현금 보유고는 74억 원뿐인데, 82%나 줄어든 판매 실적과 20%대인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GM대우는 1월 달 판매량이 반 토막 난데다 모기업마저 위태로워 울상이다. 공장 가동이 이달에만 6일에서 10일 가량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가 차를 교체할 경우 2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외국 업체들도 국내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세를 무시하고 대형차와 저연비 차량 개발에 힘써온 업체들의 경우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회사의 존폐 위기를 걱정하는 것은 물론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다.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회사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위 ‘빅3’의 침몰이다. 언급하기 조차 무안할 정도인데, 포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지리(吉利)자동차
와 볼보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GM은 미국 정부에 제출한 자구책 실행을 위해 3월 31일까지 5000명을 정리 해고하고, 17일 정규직 임금 삭감 계획을 발표한다. 돈이 없어서 태국 정부에 1톤 픽업트럭 공장 건설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가 174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2011년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파산 처리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상원에서 차 구입시 1500달러 이상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을 매만지는 게 무색할 정도다.

고민스럽기는 일본 업체들도 매일반이다. 도요타는 2008 회계연도에만 3500억 엔 순손실이 예상된다. 1950년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혼다는 미국 시장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차량 ‘인사이트’ 가격을 2만 달러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다. 저렴해도 안사는 판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값을 낮춘 것이다. 닛산은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내년 3월까지 2만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일본 세컨드 티어(2nd tier) 업체들도 적자 전환이 전망 되고 있다.

유럽도 매일반이다. BMW는 작년 4분기 실적 악화로 2008년 매출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530억 유로(716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급기야 이탈리아 정부는 중고차를 신차로 교환할 경우 1500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자동차 업계에 총 78억 유로를 쏟아 붓는다.

바닥을 알 수 없는 불황이 업계의 발목을 단단히 붙들고 있어서 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기간 고난의 행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우증권 박영호 에널리스트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U'자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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