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시장, 매매계약 후 해지사태 잇따라

2009-02-10 11:03

정부의 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강남 투기지역 해제 움직임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매매계약 후 해지사태가 잇따르고 매수자들이 매도자들을 달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등의 거듭된 호재로 집값이 무려 3억원 가량 올랐다.

10일 잠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7억원 후반대에 거래된 매매계약 6건 중 5건이 해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례 우리공인 대표는 "사실상 7억원 대에 거래된 것은 단 한 건 뿐"이라며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거둬들이는 게 득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재 주공5단지 112㎡형의 매매가는 10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작년 말까지 7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3억원 이상 오른 것. 115㎡형은 11억5000만원, 119㎡형은 12억7000만원의 거래가가 형성돼 각각 지난해 말보다 3억원 정도가 오른 상태다.

매매계약 해지 시 계약금(매매가의 10%)의 2배인 위약금을 물게 된다. 7억7000만원에 거래한 매도자는 계약금 7700만원의 2배인 1억5400만원을 위약금으로 떠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억원 가량 오른 집값에 비하면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준상 LBA박종철 공인 대표는 "주공5단지는 현재 추진위원회까지만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 개발을 하게 되면 지금 가격은 더 오를 가격의 절반 정도"라며 "임직원만 2만3000명 정도에 이를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고 이 일대가 레저타운으로 변하면 10만명 이상의 상주인구가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3월 시행 예정인 용적률 상향조정이 이뤄지면 주공5단지는 3종 지역 재건축 단지로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높아질 것으로 투자 매력이 상당히 크다"며 "같은 평형으로 지어져도 현 시세보다 크게는 5억원 정도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공5단지는 현재 112㎡형 5개, 115㎡ 1개, 119㎡형 10개 등 총 16개의 매물이 나와있는 상태다.

한편 강남 대치, 개포 등의 재건축 단지들도 매도인들의 기대심리가 부쩍 높아지면서 거래가가 오른 상황이다.

오세길 강남공인 대표는 "기존 가격과 차이가 벌어지다보니 문의만 오고 거래는 없지만 기대심리가 커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치 은마 102㎡형은 8억5000만원, 112㎡형은 9억5000만원 선의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에 비해 1억원 가량 올랐다.

오 대표는 "해지사태까지 벌어지진 않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파는 사람을 달래는 건이 부지기수"라며 "사실상 웃돈 1000만~2000만원을 얹어서라도 재건축으로 인한 호재를 누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형 평형 일수록 가격 오름세가 큰 편이다. 개포동 주공1단지 43㎡는 지난해 말 5억4000만원에서 현재 6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36㎡형은 4억8000만원에서 6억원까지 치솟았다.

굿모닝공인 대표는 "용적률이 최대 280%까지 상향 조정되면 10평형대 집이 인근 도곡 렉슬 30평형대의 수준으로 변모할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돼 있다"며 "또 매물이 거의 소진되다 보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도곡 렉슬 30평형은 현재 11억~12억원을 웃돈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팀장은 "이달 말 분양가상한제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가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과 여러 호재 덕에 투자메리트가 크게 상승한 것"이라며 "우선 이달 말 발표 여부에 따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엔 재건축에 제한을 두는 규제들이 워낙 많았고 실물경기가 불안하다 보니 일반아파트에 비해 매수세가 뜸했던 것"이라며 "잠실 주공5단지는 제2롯데월드 호재가 겹쳐 거래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