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C등급 건설사 금융혜택 믿다간 '낭패'

2009-02-09 16:34
실사결과 따라 당초 분양조건 물거품 될 수도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건설사들이 이자 후불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금융 혜택을 제공하면서 미분양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고 분양을 받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채권은행의 실사 결과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도산할 경우 일인당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C등급을 받은 11개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이자 후불제와 중도금 무이자 한도를 높이는 등 금융 혜택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자 후불제는 분양자가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후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발생하는 대출이자를 건설사가 우선 지급하고 분양자가 잔금을 납입하면서 이자도 함께 갚는 제도다.

중도금 무이자는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를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분양자 입장에서는 잔금 시점에도 납부할 이자가 없다. 이는 건설사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막대한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자의 일정 부분을 분양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같은 금융 혜택들은 모두 분양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 분양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들이다.

문제는 이자 후불제나 중도금 무이자 등이 건설사와 은행이 맺은 약정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도산할 경우 은행이 약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C등급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가 해당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실패하게 되면 중도금 대출을 해줬던 은행은 분양자에게 이자 지급을 요구하게 된다.

당초 분양 조건만 믿고 재무 계획을 세웠던 분양자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자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신성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청주 미소지움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을 해줬던 국민은행은 분양자들에게 이자 납부 독촉을 하고 있다.

청주 신성 미소지움에 입주하기로 했던 한 분양자는 "당초 이자 후불제라는 분양 조건을 믿고 청약을 신청했는데 신성건설이 망하자 날벼락을 맞았다"며 "국민은행에서 매일 이자 독촉 전화를 하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1차 신용위험 평가에서 퇴출 대상으로 지정된 대주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분양권을 받았던 고객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한주택보증은 분양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납부했던 분양금을 환급하고 있지만 은행 이자는 분양자들이 물어야 한다. 대출이자는 보증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C등급 건설사들의 경우 아직 부도가 난 것은 아니지만 채권은행의 실사 결과에 따라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대출이자와 발코니 확장 비용 등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기 때문에 굳이 C등급 건설사의 사업장에서 분양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재무 안정성이 높은 건설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상가나 오피스텔 등은 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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