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준양호(號), '외풍차단'으로 위기 돌파

2009-02-08 15:47

   
 
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연합

포스코 정준양호(號)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위기 돌파를 주요한 경영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외풍 걱정을 벗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신의 뜻을 펼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외이사진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CEO 승계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 내정자에 대해 포스코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제철소 현장 경험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갖춘 정 내정자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가 그동안 추진해 온 글로벌 성장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리더십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고, 정 내정자가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게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위기탈출 당면과제

정 내정자는 27일 공식 임명 이후 비상경영체제로 운용되고 있는 포스코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로 이미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처음 감산에 들어갈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외국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산량 세계 2위인 신일본제철도 올 회계연도 하반기(2008년 10월~2009년 3월) 감산 규모가 2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산업도 불황이 만연됐다. 도요타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예상 영업 손실이 4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라 안팎이 경제 걱정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회장 자리에 오르는 정 내정자의 어께가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경쟁력 강화로 불황 타계

정 내정자는 현장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위한 중장기 경영목표를 달성할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 경쟁력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내정자는 광양제철소장 시절 경영개선 활동을 생산현장에 확대 적용, 새로운 조업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의 생산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기술리더십 확보를 주도했었다. 이것이 이구택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 경영의 기저가 될 정도였다.

정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 뿐 아니다. 급변하는 해외 시장 환경에 따른 대처 방안 마련이나 인도, 베트남 일관제철소의 해외 사업 마무리, 어수선해진 회사 내부 조직 정비까지 손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과 함께 자웅을 겨뤘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의 잔류는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투서 사건으로 잠시 내홍을 겪었지만, 잡음을 불식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윤 사장만 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CEO 승계 프로그램’ 도입 ‘외풍 차단’

한편 포스코 사외이사진이 ‘CEO 승계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 내정자를 포함해 앞으로 신임 CEO가 과거 회장들처럼 정치적 외풍(外風)에 흔들려 도중하차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 내정자로서는 안팎으로 도움의 손길이 뻗고 있어 향후 자신의 경영철학을 펴는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회장직 승계 방안은 사내외 인사 중 회장 후보감을 골라 총괄 사장을 일정기간 맡겨 능력을 검증하는 식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는 27일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승계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사외이사진은 우선 회장직 승계를 위한 위원회를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운영하되, 사외 이사 중 3명과 포스코 상무급 등 실무에 밝은 임원이 함께 참여해 운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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