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진정 원하는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경기부양안 심의를 두고 연방상원에서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경기부양안의 규모가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8850억달러 수준이었던 부양책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논의가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단기 처방에 불과한 데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 재정적자 규모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각 업계와 주정부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경기부양액 규모가 1조달러 수준으로 치솟자 경기부양책의 내용과 규모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피터 오스자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해리 레이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기부양안에는 특정 목표를 위한 프로젝트가 결코 담겨 있지 않다"며 "설령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 해도 이번 비상입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CNN머니가 4일 전했다. 대선에서 오바마와 맞섰던 존 메케인 등 공화당 의원들이 정부의 경기부양안을 '지출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한 해명으로 읽힌다.
그는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보다 강력한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주택 차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추가 대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공화당은 주택 수요를 살리기 위해 5.33% 수준인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를 4~4.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 측은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3000억달러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상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상원은 존 아이작슨 공화당 의원이 제안한 주택 관련 세제 혜택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최대 7500달러까지 공제받았던 주택구입자들은 최대 1만5000달러를 더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오스자그 국장은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의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전달했다.
그는 서한에서 "정부는 이번 경기부양법안에 단기적인 성장은 물론 장기적인 경제성장 전략도 구현되길 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현재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 청정 에너지와 교육, 보건, 기반시설 등 미국의 장기적인 성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문에 재투자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장기적인 성장전략은 정규 입법을 통해 세금을 늘리거나 다른 부문의 재정 지출을 줄이는 등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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