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계로의 미술여행

2009-02-04 10:15

   ‘낯선 것’은 우리에게 당혹스러움과  불쾌함, 두려움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안겨준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놓친 것’을 다시금 뒤돌아 보게 한다. 일부 국가의 작품과 경향에 편중된 우리 화랑가에서 ‘낯선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바로 아프리카 미술의 깊이와 그 밝음이 배여 있는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전과 젊은 독일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독일조형미술전'(German Figurative Art)이다.

   
<아프리카미술관> 제공
무깔라이_소망을 말하다_100×125cm_연대미상

▲아프리카 미술, 인간을 향한 자유로운 여행
  "록을 하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항상 블루스로 돌아가야 하는 전지와 같다." 록 음악의 전설이자 기타의 신으로 추앙받는 에릭 클랩튼의 말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백인 음악인 록이 미국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노동요인 블루스를 모태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피카소나 마티스 같은 세계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도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얻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프리카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른바 원시주의(아프리카 문화를 하위개념으로 바라보는 것) 틀 안에 갇혀 있다. 동이(同異) 갤러리에서 24일까지 열리는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전은 이런 편견의 틀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는 전시회이다. 아산 징, 아부샤리아, 보템베 등 아프리카 출신 작가 7명의 삶에 대한 이미지를 정제한 작품 15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는 혼혈로 태어난 오바마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아프리카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 아버지의 땅 ‘케냐’에서 오바마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과 화해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 ‘담대한 희망’을 얘기한다.

  이런 오바마의 삶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그것과 유사하다. 때문에 우리는 인간 오바마의 삶을 통해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형과 색과 면으로 정제한 아프리카 미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가 전시회의 제목이지만, 사실은 오바마라는 우회로를 거쳐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과 미술을 진정으로 조우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내전의 상처와 슬픔을 넘어서는 진정한 화합을 역설한 아부샤리아의 작품 ‘생각은 자유롭게 하되 타인에게 강요하지는 말라’와 소박한 희망을 얘기하는 무깔라이의 작품 ‘소망을 말하다’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아프리카 미술관의 정해광 대표는 “아프리카는 문자가 발달돼지 못했기 때문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라며 “이런 일상적 예술 활동이 아프리카 미술이 가진 힘이며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해광 대표는 “이번 기획전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일부 서구국가에서 유행하는 미술 사조와 트렌드를 쫓는 한국미술계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이다”고 덧붙였다. 전시입장료 유료. 02-730-2430

   
<디 갤러리>제공
톨스텐 홀츠_Red hour_oil on canvas_45x40cm_2008

▲독일의 젊은 현대미술을 만나다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설립된 ‘디 갤러리’가 ‘디 갤러리 서울’을 개관한다. 그동안 디 갤러리는 독일과 유럽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는데 주력해 왔다. 전속작가로는 신표현주의의 대표 작가인 폴케 스테츠만, 폴란드 태생의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 등이 있다.

 6일 개관하는 디 갤러리 서울(대표 성지은)은 개관 기획전으로 독일조형미술전을 4월 3일까지 연다. 이번 개관전에는 독일 현대미술의 두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 R 펭크를 비롯하여 독일의 젊은 작가 등  총 16명의 작품 30점이 전시된다.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개관 전시회에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가는 역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 R 펭크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생존하는 작가 중 작품 값이 비싼 작가로 회화라는 미술표현 양식의 새로운 전환을 마련한 인물이다. 동독 태생인 A R 펭크는 신표현주의의 대표주자로 ‘기호언어’로 현대사회에 대한 우화를 표현했다. 이들 작가들의 작품들은 3년 전부터 꾸준히 국내에 소개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리히터의 작품 ‘Red-Blue-Yellow’는 미술 애호가들의 갈증에 풀어주기에는 다소 미흡하다. 이 작품은 회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해왔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2004년에 발표된 펭크의 ‘Forgotten past’는 현대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그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두 거장들을 제외하고 가장 매혹적인 작가는 폴케 스테츠만이다. 디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스테츠만은 독일의 현대 역사에서 폭력으로 상처받은 개인에게 초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작품 ‘Verkundigung’은 작가 주제 의식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젊은 작가인 살로메(Salome), 톨스텐 홀츠(Thorsten Holtz) 등의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에 앞서 독일의 디 갤러리에서는 문화 교류의 목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두 달간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Figurative Art from Korea’(한국조형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이 작품전은 독일에서 처음 개최된 한국전으로 이대원, 강익중, 김창렬 등 국내 유명작가들이 참여했다.

  디 갤러리의 성지은 대표는 “앞으로 국내외 미술을 수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서로가 가진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라며 “이번 독일 조형미술전이 그 첫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전시입장료 무료. 02-3447-0500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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