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영백의 과천인사이드]섣부른 낙관이 정책 신뢰 및 효과 떨어뜨린다
2009-02-05 08:22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데도 유독 우리 정부만은 막연한 낙관론에 빠져 있다.
특히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TV토론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은 내년에 가면 한국이 가장 먼저 4.2% 이상으로 가장 높게 경제가 회복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내년부터 가장 빨리 회복세를 타는 나라는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4개국이 될 것이라고 국제기구가 전망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IMF라는 공신력 있는 해외기관의 전망 자료를 인용하는 식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이 대통령 자신의 낙관적인 견해를 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부처 관계자들도 올 2·4분기가 경기 저점이 될 것이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경제가 하반기부터는 회복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경기순환의 예를 볼 때 그러지 않겠느냐는 정도이다.
3일 IMF는 한국을 포함한 G20 회원국들의 경제 전망을 수정 발표하면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11월24일 내놓은 2%에서 무려 6%포인트나 낮춘 -4%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IMF는 한국 경제가 작년 동기 대비 1분기 -5.1%, 2분기 -5.9%, 3분기 -5.7%를 보이다가 4분기에는 플러스 0.9%로 돌아서며 연간 -4%를 기록, 급격한 경기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IMF 전망치가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이너스 4%는 굉장히 쇼킹하지만 전망치를 작년 말 기준으로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조금 더 떨어졌다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에 조금 오르다 4분기부터 급격히 회복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분기대비로는 1분기는 -0.8%, 2분기는 0%, 3분기는 0.7%, 4분기는 1.1% 성장할 것으로 봤다.
허 차관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보다 4.2% 상승할 것이라는 IMF 전망치도 강조했다.그러나 통상 성장률을 논할 때 전년동기를 기준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허 차관의 해석은 '낙관론'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볼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현실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내년에는 그 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위안으로 삼을지 몰라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위기 이후 첫해인 1998년 ―6.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1999년과 2000년엔 각각 10.9%, 9.3%의 고성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부실 대기업의 부도사태와 해외매각 등으로 경제 기반이 크게 무너졌고 실업 사태 등으로 국민들은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더구나 지금은 해외 여건이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쁘다.
손에 잡히지 않는 낙관론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 또 섣부른 낙관은 올바른 상황 인식만 흐리게 할 우려가 크다.
현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처방도 나올 수 없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전제돼야 이 대통령이 강조한 ‘긍정의 힘’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