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졸업자 갈 곳이 없다
2009-01-19 07:59
올해 2월 고교.대학 졸업자들은 전례 없는 고용대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최근 5년여 만에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올 2월과 3월에는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적으로 이 시기에는 50만~60만 명에 달하는 고교.대학졸업자들이 취업시장에 나오는데 마침 이 시기에 조선.건설 업종 등 실물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구체화되면서 취업시장이 그 어느때보다 혹한기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공무원 정원 동결 및 공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 감축으로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쇼크 청년층 집중 '타격'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청년층의 지난해 12월 중 경제활동참가율(구직기간 1주 기준)은 61.9%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60.3%로 1년전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가 실물 부분으로 전이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자제하자 아직 사회로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 중 노동 공급에 기여한 사람의 비율이다. 구직기간 4주 기준 통계는 당국의 공식 통계지만 1999년 6월까지만 자료가 있다는 단점이 있고, 1주 기준 통계는 비공식 통계지만 1963년부터 자료가 누적돼 있다.
20대의 12월 고용률도 57.8%로 1999년 5월의 57.0% 이후 10년여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14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만3000명(41.9%) 급증했다.
구직단념자수는 10월 12만4000명, 11월 12만5000명, 12월 14만7000명으로 점차 증가 추세다.
◆젊은이들 쏟아지는데 일자리 '바늘구멍'
일자리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은 부족한 답답한 현실이 심화되고 있다.
2월 중엔 대학졸업자가 50만 명 이상, 고교 졸업자가 60만~70만 명 쏟아져 나온다. 이들 중 진학자나 군입대자 등을 제외하고 50만~60만 명 정도가 신규로 취업시장에 나오면서 지난해 실업자 및 취업준비생들과 합류한다.
이런 영향으로 1년 중 2월이 실업자 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에도 2월 실업률이 3.5%로 제일 높았고 2007년 2월에는 3.7%까지 올라갔다.
일자리 수요에 비해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공급하는 일자리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우선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신규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만2000만 명 줄어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무원은 올해 정원이 동결됐다. 전체 채용인원은 2만3793명으로 국가공무원이 1만7277명, 지방공무원이 6516명이다.
공공기관은 최근 진행 중인 공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채용규모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사.주택공사.한국수력원자력.도로공사 등 대형공기업들은 지난해 채용을 하지 못했으며 올해 역시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 문제가 걸려있어 신규채용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사기업을 보면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 중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231개사)의 일자리는 1만8845명으로 이들 기업이 지난해 채용한 규모(2만2566명)보다 16.5% 줄었다.
◆민간.공공 모두 구조조정 중
문제는 경제전문가 뿐 아니라 정책당국자들까지도 고용시장이 당분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경제가 올해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4월과 5월이 특히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11월 광공업생산에서 나타난 금융위기의 타격이 소비와 투자, 고용 등에 영향을 주고 다시 이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2차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악의 시점이 올 봄이라는 의미다.
고용시장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건설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 대상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차와 협력업체 문제는 고용시장에서 최대 악재다.
공기업 역시 구조조정 도마에 올라 있어 적극적인 고용 창출이 어렵다. 1차 공기업 효율화 작업 대상에 오른 69개 공기업의 경우 전체 정원 15만명의 13%인 1만9천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연 감소분의 절반 정도는 신규 채용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공기업들은 기존 직원들의 일자리 보전에 더 관심이 있어 신규채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1998년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이 도산해서 이미지 충격이 있었을 뿐 수출 길은 열려 있었지만 지금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어렵다"며 "고용 등 모든 측면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