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 `대운하 논란' 촉발하나

2008-12-10 11:33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정비사업을 주요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내년 관련 예산을 책정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 건설이 반대 여론에 밀려 일단 중단된 상태이나 4대강 정비사업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 대운하를 위한 `기초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

   특히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되면서 경기진작 차원에서 대운하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초 정부가 발표한 종합경제대책에서 내년 미래 대비 물관리 예산으로 7천800억원이 책정된 것에서 비롯됐다. 이어 오는 2012년까지 4대강을 정비하기 위해 총 14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국토해양부의 분석도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히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3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4대강 수질개선) 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사람들이 연결하자고 하면 말자고 할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대운하 구상을 여전히 유효하게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허남식 부산시장, 김태호 경남도지사,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 영.호남지역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한목소리로 "4대강 정비사업을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 논의가 점차 확산되는 형국이다.

   4대강 정비사업 및 대운하를 둘러싼 일련의 논의는 최근 최악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경기진작을 위한 단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과 관련, 다른 산업과의 연계효과가 큰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의 하나로 대운하 건설이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4대강 정비와 한반도 대운하는 서로 무관한 사업"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실한 시점에서 또다시 대운하 논란이 재연될 경우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비화되면서 자칫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는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반박했고, 국토해양부도 "대운하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역설하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야당과 시민.환경단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이 "4대강 정비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의 경제난국을 틈타 이를 물밑에서 재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은 일제히 "4대강 정비는 사실상 대운하와 연결되는 것"이라며 공동전선을 구축, 이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연계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운하가 연말 새로운 정치이슈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