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선 신한지주

2008-12-10 11:29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가 국내 금융시장을 휩쓸었던 올 한 해 신한금융지주는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 이후 두 달 동안 시가총액에서 KB금융지주를 웃돌면서 리딩 뱅크 타이틀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키코 등 통화옵션 상품에서 발생하는 손실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우려와 같은 뇌관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또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태광실업의 휴켐스 헐값 인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거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와 함께 향후 그룹의 경영 행보를 좌우할 내년 사장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그룹 수뇌부 거취에 이목 집중 = 태광실업이 지난 2006년 6월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당시 구성했던 컨소시엄에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등 신한지주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신한지주와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한캐피탈이 인수한 김해 가야CC 골프장 이사로 박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정 모씨가 선임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신한지주와 정치권 간의 커넥션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매매차익을 노린 것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지난주 라응찬 회장이 출국금지 당했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그룹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라응찬 회장의 거취와 함께 내년 신한지주 신임 사장 인사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이인호 사장의 진퇴 여부는 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에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퇴임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중 누가 그룹 사장으로 옮기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지주가 내년 경영 방침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경우 신 행장이 유력하며 위기 속에서도 공격 경영을 펼치기로 결정하면 이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키코·PF 불안…방심은 금물 = 신한지주의 강점은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조화다. 어느 한 쪽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부문에서 메워주는 형국이다.

올해에도 신한은행은 지난해 LG카드 및 자사주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순이익 증가 효과가 사라지고 신용경색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누적 순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부문을 뛰어넘는 1조10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그룹 전체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신한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견실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한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키코 판매 잔액은 3272억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키코에 가입한 수출업체들이 도산하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신한지주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64%로 높아졌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6월 말 기준 5조9000억원이다.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포함하면 7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내년 쓰러지는 건설사가 늘어나게 되면 PF 대출 리스크도 높아질 것"이라며 "3분기 신한은행의 부실자산 상각금액이 322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6% 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건전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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