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간, 편안하십니까?
▲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 |
따라서 간경변 등 간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을 가진 환자는 영양상태가 나빠지며 멍이 잘 드거나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저하된 면역력을 보이게 되는 등 전신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간질환이 진행된 경우에나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몸의 보배인 간을 미리 미리 챙겨주자.
국가적인 예방접종으로 인해 감염률이 저하되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국민의 5-6%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상태로 이들은 추후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잦은 회식을 포함한 음주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우리 음주 문화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인의 간은 너무 힘들다.
그러나 간은 참 믿음직하면서 한편으로 둔한 장기이다. 다른 장기와 달리 간은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심하게 나빠지지 않으면 증상이 없어 지방간이나 간염환자의 경우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간이 건강한 걸로 착각하고 소홀하기 쉽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
위험에 노출된 중년의 간
중년이 되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한다. 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왜 중년의 간은 위기를 맞게 될까? 만성 B형 간염을 20년 경과하면 약 절반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이행할 위험이 있기에 만성 간염환자의 경우에 중년에 이르면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모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니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없는 사람도 젊어서 수년간의 음주로는 회복 가능한 간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지속적으로 하루 80g 이상을 15년 이상 마시게 되면 약 1/3 가량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여 이후에는 금주를 하여도 회복되기 힘들다.
하루 알코올 80g 이란 소주 350cc, 양주 150cc, 맥주 1500-2000cc, 포도주 750cc 정도이나 개인별로 그 차이가 있으니 굳이 자신의 간의 한계를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간염 바이러스 항체 여부를 확인하고 과음을 피한다면 중년의 간은 안전할 것이다.
“요즘 들어 몸이 좀 피곤해서 간이 나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주변해서 권하는 건강식품을 많이 먹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안심은 된다?”
우리나라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간암 등 만성 간질환이 많은데다가 사회적으로 술에 관대한 문화로 인해 과음을 하는 경우가 잦아 간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몸이 피곤하다는 것은 하나의 경고 신호로 반드시 간에 문제가 없더라도 다양한 질환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이다. 따라서 이유 없는 피로감을 보인다면 건강식품을 찾기보다는 먼저 병원을 방문하여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변에 반은 의사라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많고 건강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의학적 지식이 풍부한 일반인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래에서 환자를 상담하면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약을 복용하기는 하는데 상당수가 무슨 약이냐는 질문에 간에 좋은 약, 심장에 좋은 약이라고만 하고 정확한 성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새 식품도 원산지까지 확인하고 먹는데 성분도 모르는 약을 먹는 용기는 지나친 만용이다. 심지어는 원래 간질환이 있던 환자가 약물의 오남용과 민간치료에 의해 악화되어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성분미상의 각종 녹즙(녹즙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고 성분 미상이나 보편적으로 먹지 않는 것을 포함한 경우)이나 주변에 권유에 의해 이것 저것 달여 먹는 경우는 기존의 간질환을 급격히 악화 시킬수 있으며 건강한 간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독성 간염으로 인해 고생할 우려가 있다.
“우리 집안은 원래 간이 약해서 할아버지와 삼촌 모두 간질환으로 돌아가셔서 걱정이 된다?”
사실 이유 없이 부모가 간이 나쁘다고 자녀가 간이 나쁜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 중 절반이 넘게 B형 간염과 관련되어 있는데 과거에는 B형 간염 산모의 아기 70-90%는 간염에 걸렸으므로 가족들이 다 같이 간염 환자인 경우가 많아서 유전적으로 간이 나쁜 집안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B형 간염 산모이더라도 출산 후 면역글로블린과 백신을 접종하면 90% 이상에서 신생아에게 간염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가족들이 모두 술을 즐기는 성향이 있는 경우에 알콜성 지방간이나 간염, 간경변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집안이 간이 좋지 않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알콜성 간질환자가 많은 집안에서도 각자의 음주량에 따라 본인의 간 건강은 결정되는 것이다.
“나는 술을 매일 마시지만 즐기는 정도고 소주나 양주 같은 독한 술은 마시지 않아 간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해외 저명학회지에 적당량의 포도주(하루 남자 30 g, 여자 15g) 섭취는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키고 10g 미만의 포도주 섭취가 비알코성 지방간 질환의 유병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알코올 함유량에 따라 양이 다를 뿐이지 순한 술이더라도 일정 양 이상을 마시게 되면 간에 손상을 가져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바로 옆자리에 직장 동료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인데 같이 일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회식에도 같이 참석하는 것이 꺼림직하다?”
B형 간염 환자와 하루 종일 접촉한다 해도 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혈액을 통한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가족의 경우에는 환자가 쓰는 칫솔이나 면도기는 따로 써야하고 부부관계를 통한 감염은 조심해야 한다. 온 가족이 칫솔 한 개, 면도기 한 개를 돌려가면서 쓰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니 배우자가 B형 간염인 경우, 항체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직장 동료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걱정할 이유는 없다. 단순히 침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