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리포트] 러시아 에너지 富國 꿈 사라지나?
러시아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제 침체전망이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 감소와 함께 유가 급락에 따른 투자 약화로 국제원유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원부국을 꿈꾸는 러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와 관련해 지난달 빈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11월부터 석유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 OPEC이 감산을 결정한 것은 2006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경제의 침체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가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원유 생산 기점 | ||
가스프롬, 루코일 등 러시아 주요 석유 회사 원유생산 기점 표시. |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유전 지대인 북해와 알래스카 등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유가 급락에 따른 투자 감소로 생산량 감소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원유 생산 2위, 천연가스 생산 1위인 러시아 정부 역시 자국의 산유량이 전년 대비 100만톤 줄어든 4억90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은 에너지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08년 러시아 원유 생산이 작년에 비해 0.3~0.4% 정도 감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정부 재정 수입 가운데 절반을 에너지 자원 관련 세금에서 충당하는 등 에너지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의 25% 이상을 에너지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최근 원유․천연가스의 감소세는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러시아의 중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자원 생산 정체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세금 부과율은 자원 개발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커져왔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는 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2004년 관세율이 25% 인상됐고 원유의 경우 2005년에 광물채굴세가 톤당 1,052루블에서 1,876루블로 78% 인상된 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 탐사부터 수출까지 전 과정을 통제해 외국계 석유 기업과 민간석유기업의 개발 활동이 주춤해 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3년 푸틴 전 대통령이 에너지 국유화 정책을 시작한 이래로 민간기업이 추진하던 새 유전 개발 산업이 중단됐다. 정부는 영국 정유 회사 로열 더치 셀에 러시아 유전 프로젝트 지분의 절반을 러시아 국영회사에 매각토록 압력을 넣는 등 해외 기업의 경영에도 간섭했다.
가즈프롬 | ||
모스크바에 위치한 가즈프롬 본사. 확보한 천연가스 매장량만 29조㎥에 달하는 러시아 자원 권력의 핵심이다. |
이에 따라 러시아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해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러시아의 국영기업들은 기술력과 운영 능력이 석유메이저들에 비해 미약한데다 극동․동시베리아 극지에서의 탐사를 포함하고 있어 채굴가능연수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광물채굴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취지의 법안을 상원에 통과시키는 등 세제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민간과 국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소규모 민영 정유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루코일 | ||
러시아 두 번째 규모인 루코일 정유회사의 레오니트 페둔 부사장은 지난 4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이미 정점에 달했다”고 밝혔다. |
이를 통해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면세 혜택은 40~6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석유회사인 루코일(LUKOIL)에 따르면 동시베리아와 극지에서의 신규 유전 탐사와 개발, 서시베리아의 노후화된 유전의 회수율 증진에 8년간 3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파은행의 분석가 로널드 스미스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석유 기업의 채굴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연 40억 달러의 세금 감면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51% 이상의 러시아 자본 참여를 의무화한 투자규제법을 손질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EA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오는 2030년까지 매년 36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매년 생산량이 6.4%씩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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