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라이벌 유진-아주, 금융업서 희비 엇갈려

2008-10-21 15:04
유진그룹, 부채급등 수익성악화로 유진투자증권 매각 추진 아주그룹, 캐피탈 자회사 불황 속 성장 이어가

레미콘 업계의 라이벌인 유진그룹과 아주그룹이 금융업 진출 이후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진그룹은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권 자회사인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하면서 금융그룹의 꿈을 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아주그룹의 캐피탈 자회사인 대우캐피탈과 아주IB투자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의 유진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 17일 유진투자증권의 지분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접수했지만 신용경색 위기로 시장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KB금융지주 등 인수 의사를 밝혔던 업체들이 모두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그룹은 참여 업체가 한 곳도 없자 접수 시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유진투자증권(전 서울증권)을 인수하면서 계열사인 유진투자선물(전 서울선물)과 유진자산운용(전 서울자산운용)까지 떠안아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액은 3300억원으로 증권업계 10위권에 포함됐다.

그러나 올 들어 건설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그룹 건설 부문의 부채비율이 급등한데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진투자증권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면서 결국 유진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 1분기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지난 5월 기업설명회 당시만 해도 금융을 그룹의 3대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었다"며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 부채비율이 급등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닥쳐 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아주그룹은 여신전문회사인 대우캐피탈와 아주IB투자 등이 선전하면서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그룹이 82.9%의 지분을 보유한 대우캐피탈은 자산총액 기준으로 캐피탈업계 2위 기업이다. 대우캐피탈의 자동차 금융자산은 지난 2005년 2조4130억원에서 2006년 3조1170억원, 2007년 3조9570억원, 올 상반기 4조179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신 건전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5%,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은 1.62%로 업계 평균보다 낮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도 12.30%로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을 앞서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과 가계소득 감소 등으로 대우캐피탈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캐피탈이 ABS 발행으로 조달한 비용은 6월 말 현재 2조6830억원에 달한다.

아주그룹의 또 다른 캐피탈 자회사인 아주IB투자(전 기보캐피탈)는 지난 2월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벤처캐피탈 업체다. 아주그룹은 아주IB투자를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과 개정 여전법 시행에 맞춰 집합투자업으로 다시 등록하고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대우캐피탈과 아주IB투자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금융업을 주력하는 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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