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폭풍 - 위기의 건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건설·부동산경기를 휩쓸고 있다. 말 그대로 위기의 건설이다.
아파트 미분양은 16만가구를 돌파했고 73조원을 넘어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나 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중단된 상태다.
돈줄이 말라버린 건설업체는 심각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건설업체의 자금난과 부도설로 흉흉하고 '12월 대란설'까지 나돌고 있다.<관련기사 16면>
20일 업계에 따르면 '10.19금융시장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시기적으로 연말은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데다 금융권에서도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어느 때 보다 정부와 업계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짓하다간 '부동산경기 침체→건설업체 도산→금융기관 부실화→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12월 부동산 대란설 = 신용경색→주택수요 급감→건설경기침체→건설업체 부실화 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주택구입을 꺼리면서 아파트 미분양은 쌓여가고 건설사들은 분양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8월에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총 2만7233건으로 2006년 1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최저 규모다.
반면 미분양 주택은 9월까지 16만구를 돌파하면서 정부가 미분양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역시 사상최고치다.
유동성 악화로 이미 문을 닫았거나 문닫을 위기에 내몰린 업체들도 늘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부도 건설업체는 251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늘었다.
한 전문가는 "집값(자산가치)하락으로 주택시장이 무너질 경우 소비심리 위축, 가계파산, 금융기관 부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는 투기수요는 줄이면서도 실수요는 늘릴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건설업계는 분양가격을 자율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협력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민간건설 급속 위축=건설업체의 유동성 부족으로 민간건설 역시 위축되고 있다. 특히, PF가 수반되는 대규모 건설부동산개발사업은 자금유입이 끊기면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사업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27일 사업자 공모를 마감하는 2조원 규모의 경기도 광교 비즈니스파크 사업도 건설업체 불참으로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착공에 들어가야 했을 △판교 알파돔 △인천숭의운동장 △상암DMC랜드마크빌딩 △행당동 도시개발사업 등은 향후 일정 조차 불투명하다. 이런 대형 PF건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건설수주는 대형공공공사와 플랜트공사의 증가로 토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2% 증가했지만 민간 건축수주는 최근 3년동안 가장 낮은 2조889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9% 감소한 것이다.
올들어 8월까지 민간 건축 누적 수주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감소했다.
건산연은 민간건축수주 감소가 신규 아파트 분양사업의 부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8월말까지 전국 주택분양보증 실적(주상복합 제외)은 4만5565가구로 지난 2006년 8월까지 12만가구, 2007년 8월까지 10만가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번 주에 발표될 대책 건설업 종합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얘기가 나오고 있는 미분양 해소는 물론, △금융기관 대출 만기 연장 △신규대출 활성화 △PF활성화 방안 등 실질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며 "아울러 건설업계도 스스로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