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심각
한국은행이 손님접대용 커피값으로 연간 1억3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20일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이 한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회의 행사비에 포함된 '내객용차대' 비용이 1억3400만원으로 편성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내객용차대란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하는 커피, 녹차, 둥글레차 같은 차류를 구매하는 예산을 말한다.
김 의원은 "2005년부터 해마다 내객용차대 비용이 1억3000만원 내외로 편성되고 있다"며 "녹차로 유명한 D회사의 녹차의 경우 100개들이 한 상자에 4500원으로 편성된 금액으로 산출하면 하루에 8213명의 손님이 한은은 방문해 녹차 한잔을 마셔야 쓸 수 있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객용차대 외에도 피복비(1억5000만원), 야식비(1억4000만원), 보건의료비(14억원) 등 한은 직원 1인당 599만원의 복리후생비가 지급됐다"며 "급여성 경비를 예산에 편법계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한은은 올해 여비로 책정한 48억8000만원 가운데 해외여비와 국외사무소 여비, 현금 수송 여비를 제외하고 국내 여비로만 14억2000만원을 편성한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는 한은 행정직 1~5급 직원 1499명이 모두가 서울-부산간 KTX 특실로 5차례 왕복하고, 5회 출장중 4번 이상을 특1급 호텔에서 숙박해야 전액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여비 예산의 미집행 비중은 2005년에는 25%, 2006년에는 33%, 지난해에는 30%다"라며 "금액 기준으로는 해마다 14억원 정도가 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당직 예산은 24억7000만원으로 3~5급 직원 1245명이 본부와 각 지역에서 하루 2명씩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할때 직원 1인당 1년간 지급되는 당직비는 평균 2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1일 당직비 3만원을 받는 정부부처 공무원이 연간 66.3일 당직을 서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김 의원은 "한은의 예·결산은 내부견제와 외부감시가 전무하고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만으로 종료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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