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어찌 하오리까"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증시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공포에 휩싸이면서 투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5년만에 9000선이 무너지는 치욕을 겪었다. 주요 7개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행진에 힘입어 상승 출발한 미증시는 장후반 매물이 몰린 끝에 결국 다우지수가 678.91포인트 내린 8579.19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 역시 각각 5.47%와 7.62%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9000선이 붕괴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몸짓을 취하고 있다. |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 역시 나흘 연속 약세를 지속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1.2% 하락했고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30지수는 각각 1.6%와 2.5% 빠졌다.
◆자금시장 경색 악화...'돈맥경화' 지속=글로벌 금리인하 공조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달러 유동성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3개월물 리보(런던은행간금리)는 이날 23bp 상승한 4.75%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다.
3개월물 리보와 초단기대출금리(OIS)간 스프레드를 의미하는 리보-OIS 역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면서 시중에서 돈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실감케하고 있다.
셰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토드 샐러먼 트레이더는 "시장에 무차별적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금시장의 상황이 개선되기까지 매도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악재 역시 끊이지 않았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이날 31% 폭락하면서 지난 195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등급을 하향조정한데다 유럽에서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악재로 작용했다.
◆美 재무부 금융권 국유화 검토...부시 긴급성명 발표 =강도높은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지 못하면서 미국 정책 당국에 붙은 발등의 불은 이제 몸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 재무부는 결국 부실은행 자본에 직접 투자하는 금융권의 부준적 국유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재무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구제금융법안에 재무부의 은행 직접 투자가 포함돼 있어 당국의 은행 국유화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1년간 다우지수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전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혀 은행의 부분 국유화를 진행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또한 시장 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며 시기는 10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너 페니로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시 불안심리 사상 최악=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변동성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11.11% 급등한 63.92로 마감했다.
VIX지수가 40을 넘은 것은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붕괴, 2001년 9.11 테러, 그리고 2002년 통신업체 월드컴 파산이후 처음이다.
상품시장 역시 금융시장 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2.7% 하락한 86.59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이어진 것이 유가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