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긴급 미니 정상회의

2008-10-05 13:07
사르코지 등 EU 정상 회의 獨 "구제금융 펀드 조성은 없다"

미국발 신용위기 여파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 각국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나 미국과 같은 구제금융 펀드는 조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 8개국(G8)에 속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정상들은 4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고든 브라운(영국),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총리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총재,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가 회동했다. 

   
 
사진: 앙겔라 메르케 독일 총리(왼쪽부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EU 미니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EU 순회의장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안해 진행된 이날 정상회담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럽 금융권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유럽 4개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 각국 정부는 독자적인 방법과 수단으로 금융기관을 지원하고 회원국 간 유기적인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들은 EU 회원국들이 금융위기 국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안정성장협약(SGP) 등 EU의 재정 준칙과 회원국 지원 규정 등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금융위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EU의 예산 관련 규정들도 적합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로존의 재정준칙은 회원국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를 GDP(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모인 정상들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파산 은행의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도록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구제금융법안에 월가 CEO들에 대한 보수를 제한하는 등 모럴헤저드에 대한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만드는 것과 같은 행보에 유럽 역시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EU 4개국 정상들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규정들을 재검토하기 위해 G8 정상회의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설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구제금융 펀드 조성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와 관련 정상들의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독일은 미국과 같은 구제금융법안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미하엘 그로스 독일 경제장관 역시 이날 독일 주간신문 '빌트암존탁'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유럽판 긴급 구제금융 방안은 은행권의 역할에 대한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면서 "은행들은 먼저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금융위기는 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금융권의 경영진이 높은 보수를 받았지만 이제 그들이 높은 보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스 장관은 "금융권의 부채 감소를 위한 펀드 조성으로 납세자들의 소중한 세금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 내에서도 금융위기 해소와 관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이날 금융위기의 해결책 마련을 유럽 4개국 정상들만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르키 카타이넨 재무장관은 핀란드 국영방송 YLE와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위기 해법 모색을 위해 모든 유럽 국가들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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