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실물자산 '엑소더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신용폭풍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금과 원유 등 상품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금융 정책이 진행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고 이는 국제유가의 사상 최대폭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실물 투자자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6.37달러(15.7%) 오른 120.92달러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달러가 급락하면서 유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오르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바쁘게 주문을 내고 있다. |
이는 원유선물이 거래되기 시작한 지난 1984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유가는 장중 가격제한폭인 10달러가 급등하면서 10월 인도분 원유의 거래는 5분간 중단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장중 상승폭은 배럴당 25.45달러(23%)에 달해 유가는 13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폭등세를 연출했다.
11월 인도분 WTI 역시 배럴당 5.94달러 오른 108.69달러를 기록하면서 급등세로 마감했다.
최근 6개월간 달러 인덱스 추이 (출처: bigchart) |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은 배럴당 5.79달러(5.8%) 상승한 105.40달러를 기록했다.
금, 은, 옥수수 등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상품 가격 역시 일제히 치솟았다. 금 값은 이날 온스당 90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44.30달러 급등한 것이다.
금값의 상승세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금 현물은 장중 온스당 1.2% 상승해 907달러 대로 올라섰으며 은 가격 역시 1.3% 올라 13달러 중반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조치를 취한 것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대대적인 자금 이동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릴린치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폭풍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금이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에 7000억달러를 투입키로 결정하면서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했고 이는 달러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이동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들에 대해 대대적인 자금 투입에 나서면서 하반기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유가는 물론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채질했다고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최근 1년간 금값 추이 (출처:bigchrt) |
이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결국 달러 가치를 끌어 내린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발행 한도를 6.6% 상향 조정해 11조3150억달러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골드만삭스의 젠스 노드비그 애널리스트는 "최근 강세를 보였던 달러의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카고 나살레 맷 저먼 선물 수석 트레이더는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달러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앤마켓닷컴의 션 브로드릭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퍼부으면서 4분기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원유 수요 증가 전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금융시장 페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은 안전자산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상품시장 급등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이언 오일 앤 가스 파트너스의 닐 라이언 파트너는 "지금 전세계에서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에너지"라면서 "투자자금이 에너지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1.4786달러를 기록하며 2% 이상 하락했다. 이는 2001년 1월 이후 7년래 최저 수준이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해 달러/엔 환율은 105.51엔을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1.8% 떨어졌다.
달러는 영국 파운드와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가늠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7% 하락한 76.17로 추락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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