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一喜一悲’에 표정관리 힘들어

2008-09-22 15:07
=이기태 부회장 아들, 폭력 교사 혐의로 구속 =윤종용 상임고문, 한국인 최초 IEEE 명예회원

   
 
윤종용 상임고문
   
 
이기태 부회장
삼성이 최근 고위 임원으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다.

이기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의 아들이 조폭을 동원한 이권개입 혐의로 조사를 받는가 하면 윤종용 상임고문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명예회원에 선정된 것.

이 때문에 삼성 직원들은 어느쪽 장단에 맞춰 표정관리를 해야할 지 구분하기 힘든 모습이다.

먼저 삼성은 지난 17일 이기태 부회장 아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조직폭력배를 동원, 폭력과 영업방해를 일삼아 오다 대구 중부 경찰에 구속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의 아들 이 모씨(28)는 지난해부터 대구 남구에서 건물 두 개 층을 임대해 대형 헬스클럽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사업확장을 위해 건물내 골프연습장까지 헬스클럽으로 사용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들에게 2000여만원을 건넨 뒤 골프연습장 영업방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이 씨의 사주를 받은 조직폭력배 13명이 이 골프연습장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 사무실 카펫을 담뱃불로 지지고 도박판을 벌이는가 하면 연습장 내 기물을 부수고 문신이 가득찬 알몸을 드러내며 고함을 치는 등 회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며 영업방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이번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이 씨가 조직폭력배 김 모씨에게 1000만원을 건네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보복폭행으로 구속된 잔상이 사라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됐기에 삼성의 충격은 더욱 컸다.

더욱이 김 회장의 경우는 “먼저 폭행을 당한 아들의 모습에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동정론도 있었지만 이 부회장 아들의 경우는 직접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타인의 영업장을 헐값에 인수하려다 경찰에 구속된 것이기에 그룹 전체가 구설수에 오를까 노심초사했다.

이 때문에 삼성측은 처음에는 삼성과의 관계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일부 언론에서 “‘S’전자 이 모 부회장의 아들”이라고 보도되자 해당 인물이 이기태 부회장 아들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아버지 이 부회장 그리고 기업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하기 급급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는 속담이 있듯 이 부회장 아들 사건으로 숨죽이고 있던 삼성이 21일 윤종용 상임고문이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2008년 명에회원’에 선정되면서 가슴을 펼쳤다.

비회원을 대상으로 매년 한 명씩을 ‘명예회원’으로 뽑는 IEEE에 한국인이 선정된 것은 윤 고문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IEEE ‘명예회원’ 선정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PDF문서 형식을 발명한 어도비(Adobe) 창립자 존 워녹이 후보에 올라 윤 고문과 경합을 벌인 결과이기에 의미가 더욱 깊다.

이에 삼성은 “전자산업 기술 혁신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공학교육인증원(ABEEK)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등 공학교육에 힘을 쏟은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는 IEEE의 윤 고문에 대한 명예 회원 선정 배경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IEEE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현재 전 세계 175개국, 36만명에 달하는 전기, 전자, 통신, 컴퓨터 분야 전문가들을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IEEE 명예회원은 비회원 중에서 사회에 공헌한 업적을 평가해 7명으로 이뤄진 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IEEE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명예회원에 선정되면 평생회원 자격으로 IEEE의 모든 권리와 특권을 보장받는다.

2006년과 2007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기 공급에 기여한 이안 맥래 에스콤(Eskom) 전 대표이사와 컬러 플라즈마의 상업화를 앞당긴 츠타에 시노다 후지쓰연구소 교수 등이 각각 명예회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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