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은행, 덩치만 커진 과점상태" 경쟁 '저하'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도가 낮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금융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신정부 출범이후 은행의 진입규제 완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은행산업의 경쟁도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자료에서 국내 은행업을 전략적 과점 상태로 진단하며 "외견상으로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쟁도가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은행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된 반면 은행 수는 줄어 금융시장 내에서 실질적인 경쟁 상대가 줄어든 점 등을 경쟁도 저하요인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전반적인 경쟁도가 저하되고 있음에도 은행업의 일부 부문에서의 쏠림현상에 따른 시장점유율 경쟁이 전체 금융시장의 경쟁상태를 대변하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최근 대출 시장에서의 경쟁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고 2003년 이후 그 추세가 뚜렷해졌다"며 "대출시장의 군집행동 심화로 은행의 일부 차주에 대한 점유율 경쟁이 전체 은행산업에 대한 경쟁격화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은행산업의 경쟁이 낮아지면 가계나 기업 등 금융소비자의 잉여(금융혜택)가 줄고 금리 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며 "과도한 외형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회사채 등 은행 대출시장과 대체관계에 있는 시장을 육성해 은행업의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은행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M&A에 따른 독과점 및 경쟁도 저하 등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