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FTA 비준 의지 재확인

2008-08-06 16:08
양국 의회 내 악재 산적, 연내 비준 가능성 불투명 양국 정상 북한 인권개선 촉구, 한국 입지 강화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키로 함에 따라 꺼져가던 한미 FTA 불씨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아직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에는 보호무역 기류가 확산되는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연내에 비준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개선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꼽히고 있다.

◆ 한미 FTA 연내 비준 성공할까 = 이날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무역을 확대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양국 간 동반자 관계에 있어 경제 분야의 항구적인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협정이 이른 시일 내에 비준될 수 있도록 양국 입법부과 협력하기로 했다.

협정을 체결한 지 일년이 넘도록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미 FTA 불씨를 되살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비준 의지가 의회로까지 전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달 1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일 대통령 재가까지 받았지만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8대 국회는 아직 원 구성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중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미국 역시 한미 FTA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출하더라도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는 것도 미국 의회 내 비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비준 절차를 우선 마무리짓고 이를 토대로 미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의회의 9월 회기일과 오는 11월5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이어지는 '레임덕 세션' 등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기회는 남아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 등 3개국과의 FTA 체결을 임기 내 업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적어도 '레임덕 세션' 기간 중에는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인권개선 촉구 등 동맹관계 과시 =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 양국 정상이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북한의 인권 문제나 금강산 피격 사건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 자체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의 경우 연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적이 없는 사안으로 북한의 인권개선 노력이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정상화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촉구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우리 측 입지를 확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등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를 환영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3단계 조치를 통해 핵 계획의 완전한 포기를 이행할 것으로 촉구키로 했다.

양국 정상은 경제협력 확대 방안과 함께 한국인의 미국비자 면제 프로그램 연내 가입 및 한국 대학생의 미국 취업 연수 프로그램 실시 등 인적교류 확대, 항공·우주 등 첨단분야 협력 강화, 테러리즘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등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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