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기간이 최대 변수, 우리금융은 전멸

2008-05-07 17:38
금융공기업 CEO 물갈이…배경과 전망

금융위원회가 7일 발표한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한 재신임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기관장의 재임 기간이 재신임 여부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우리금융 등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의 경우 전면적인 물갈이로 인적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금융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가 일단락 되면서 후임 인선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금융위는 지난달 말 금융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재선임 기준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임기 시작 1년이 되지 않았거나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기관장들은 유임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재신임 결과를 살펴보면 금융위의 기준이 절대적인 잣대로 작용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 유임된 기관장들은 모두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반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등 재신임을 받지 못한 기관장들은 대부분 1년 이상 임기를 지냈다.

금융공기업 기관장들과는 별도로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및 산하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에 대해서는 전원 교체한다는 원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은 물론 박해춘 우리은행장, 정태석 광주은행장, 정경득 경남은행장 등이 모두 재신임에서 탈락했다.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경제 관료 출신들이 독점해 온 우리금융 수뇌부의 인적 쇄신을 통해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간 출신인 박해춘 행장이 교체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경영스타일에 대한 잡음과 함께 참여정부 시절 특혜성 자금 지원이 문제가 돼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신임 결과에 따라 금융공기업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뇌부가 모두 물갈이 된 우리금융 관계자는 "불과 1년 전에 공모를 통해 뽑은 회장과 은행장을 교체한다면 공모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록 총재의 퇴진을 예상했던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조직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한편 민영화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유임에 성공한 기업은행과 예보 등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재신임 결정이 내려져 다행스럽고 반갑다"며 "윤용로 행장의 경력과 능력, 취임 후 경영 성과를 볼 때 합리적인 결정으로 생각된다"고 반색했다.

예보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재신임 소식을 듣고서 모든 임직원이 기뻐했다"며 "차등보험료와 목표기금제 등 주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 후임 인선, 새 얼굴은 누구? = 재신임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퇴출이 결정된 기관장에 대한 후임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임 인선은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해당 기관의 소관 업무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조직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개혁성, 도덕성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적임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산업은행 총재로는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가 유력한 가운데 이윤우 대우증권 이사회 의장,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에는 이팔성 서울시향 사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초 금융공기업 입성이 유력했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은 이번 인선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참가했던 인사들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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