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회장 전경련 회장단 ‘입성할까’
2008-04-28 15:12
이 전 회장 전경련 부회장직 퇴진의사 밝히고, 삼성 전폭적 지지 있어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직을 이어 받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 전 회장을 대신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직을 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8일 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삼성 쇄신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은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이 전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직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상당기간 대외활동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전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을 수행키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 전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에 관해 어떤 의사도 전해온 것이 없다”며 “본인의 사퇴의사 표명이 없다면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기까지 이 전 회장의 전경련 부회장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정관은 회장단을 총회에서 선출하는 규정만 있을 뿐 사퇴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또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물러날 일도 없는 재벌 총수의 특성상 사퇴 사례도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의 경우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수빈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그가 ’오너급’ 위상을 갖고 있음을 전경련 회장단이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전폭적 지지가 필수다.
현재 이 전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을 포기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을 소개할 때 주로 삼성그룹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전경련 부회장 등 3개 직위만을 내세웠을 만큼 전경련 부회장직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경련 창설의 실질적 주역이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었다는 점이 이 전 회장이 전경련에 애정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이 분명한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활동여부와 관계 없이 내년 2월 총회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전경련 부회장직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에 가세할 수 있을 지는 이 전 회장과 이수빈 회장의 관계, 삼성그룹 내 이수빈 회장의 위상, 향후 이수빈 회장의 활동반경에 관한 삼성그룹의 전략 등 삼성그룹 내부 변수에 달려있다”면서 “특히 삼성과 전경련의 관계, ‘비오너’ 경영인을 보는 전경련 회장단 내부 시각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고차원 함수에 따라 결론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 회장단에서 중도 사퇴한 사례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있다. 박 전 회장은 두산그룹 비자금이 폭로된 ‘형제의 난’으로 사법처리에 직면하자 2005년 9월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 몫’의 부회장 자리를 그룹 출신이 이어받아야 한다면서 원로급 전문경영인을 전경련 부회장으로 추천했으나, 결정권을 가진 전경련 회장단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이는 전경련 회장단은 오너 모임이어야 한다는 회장단의 기류가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두산 몫’의 부회장 자리는 2007년 2월 총회에서 오너가문의 일원인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이 이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