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성숙한 동반자 관계 구축하자"
19일 한일 정상회담은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양국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북핵사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서로를 향해 또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21세기에 맞는 실용주의적 자세로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미래사를 열어가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대일 외교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만들자는 입장에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려 한다"며 실용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내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제2기 한일역사 공동연구'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양국 정상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에 합의했다.
우선 상징적 조치로 지난 2005년 6월 이후 중단됐던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했다. 셔틀외교는 한일 양국 정상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일이나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편하게 양국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오는 7월 일본 훗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의 때 제3차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올해에만 일본 총리와 5~6차례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한일 정상은 양국의 젊은 세대간 교류를 확대하는데도 노력하기로 했다. 미래 세대들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취업관광사증프로그램인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현재 3600여명에서 오는 2012년가지 1만명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대학생 교류 사업'도 새로 실시키로 했다.
양국 정상이 경제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는 경제협력 협의체인 '한일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양국 재계간 실질적 대화와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대일 무역적자가 심한 우리나라로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일본의 기술이전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일본기업의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부품 소재 산업과 관련해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6자회담 틀 내에서 공조하기로 다짐한 것도 큰 성과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6자회담 진전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 구상'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다.
이밖에도 양국 정상은 환경과 에너지, 개발원조 등 전 세계적인 문제들에 대해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일 3국간 지역협력에도 힘쓰기로 합의했다.
후쿠다 총리는 올해 안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일본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전폭 지지했다.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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