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통신사에 고객은 '봉'

2008-04-14 17:15
본인확인 무시, 협박도··· 본사 '일선 영업점 일' 발뺌

통신시장이 과열되면서 통신사의 일선 영업점들이 초고속인터넷 등에 대한 가입신청을 받을 때 반드시 거쳐야 할 본인확인 절차를 무시하고, 심지어 협박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영업점들의 이 같은 행위를 알고도 “일선 영업점의 일”이라면서 관리를 회피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비정상적인 가입자 유치

14일 관련업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가정용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전화(VoIP)와 100메가급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신상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통신시장은 더욱 혼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태어나서 인천에 가 본적도 없는데 KT인천지사에서 요금을 내라고 연락이 와서 황당했다"면서 "알고 보니 내 명의를 도용한 것인데 아직까지 미납요금 독촉장이 오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처음에는 '무료서비스'를 내세워 가입을 시킨 후 유료 가입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에 고객의 가입의사를 문의하지 않는 행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B씨는 "무료 시청 후 자동으로 유료가입자로 전환된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 고지서에는 금액이 부과됐다"면서 분개했다.

게다가 일부 통신사는 집 전화 설치를 빌미로 고객정보를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협박까지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리고 새집으로 온 C씨는 “집 전화 설치를 위해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는데 회사 직원이 ‘고객 정보를 회사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어 ‘싫다’고 했더니 전화를 설치해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푸념했다.

◆본사와는 무관

통신사 본사들은 일선 영업점에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고객 유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영업점의 부도덕한 행위’라고 둘러댈 뿐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시 못하고 있다.

오히려 통신사들은 고객 정보의 마케팅 자료 동의 여부는 전적으로 고객 자신의 결정에 달린 것이며, 집 전화 가입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로서는 가입자 증가가 경영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업점의 잘못된 영업방침을 관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에 사는 강모(43)씨는 "통신사들은 영업점들이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할텐데도 그냥 놔두는 것은 결국 고객을 '봉'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영업점을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고 답해 사실상 통제를 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통신 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영업점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 오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맞아도 그보다 수 십 배의 수익이 남는데 마다할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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