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수익성 위기 IB로 넘는다

2008-02-19 18:11
국민 신한 기업은행 IB 강화 '올인'

   
 
수익성 악화로 고민에 빠진 시중 은행들이 신(新)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민 신한 기업은행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

은행권은 전통적인 은행 영업이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지 못하면 향후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이 늘고 있고 은행 간 대출 경쟁도 심화하면서 시중 은행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예대 금리차로 인해 발생하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3.45%) 신한(2.26%) 기업은행(2.53%) 등이었다. 2006년 말과 비교하면 0.09∼0.2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구조적이익률도 3년 연속 하락세다. 구조적이익률은 은행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속 가능하고 경상적인 이익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자이익에 수수료이익, 신탁이익을 더한 후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을 총자산으로 나눠서 구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대 금리차를 이용해 이자수익을 챙기는 영업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IB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IB 전문 증권사 속속 설립

지난해 11월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국민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사명을 KB증권(가칭)으로 바꾸고  4~5월을 전후로 영업을 시작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증권업계 진출이 무난하게 이뤄질 경우 대형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해 업계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한누리투자증권은 현재 지점이 2개에 불과해 소매영업 부문에서 업계 최하위 수준이지만 IB 업무는 비교적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누리투자증권이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은행 거래기업에 대한 주식 및 채권 발행 업무 대행 등 IB 분야에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으로 자본금 3천억원 규모의 IBK투자증권(가칭) 법인 설립을 마치고 직원 채용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4월 전산시스템 구축, 6월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경렬 기업은행 전략담당 부행장은 "IBK투자증권을 중소기업 IB 전문 증권사로 키울 방침"이라며 "주식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1천200여개에 이르는 등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증권 계열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의 IB 부문을 합쳐 덩치를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인력 확충 등 IB 강화에 골몰

국민은행은 이달 김한(53) 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강찬수(46) 전 서울증권 사장 등 전직 증권사 CEO 출신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국민은행이 신임 사외이사 4명 가운데 절반을 전직 증권사 CEO로 채운 것은 투자은행(IB) 분야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앞으로 IB 부문을 강화해 비이자 수익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증권사 출신 CEO들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250명 수준인 IB 인력을 오는 2010년까지 750명으로 3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휴원 부행장은 "2012년까지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체 은행 수익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인력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IB 인력 수준을 현재 63명에서 올해 100명, 2011년까지 27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기현 기업은행 IB본부장은 "올해 IB본부 수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360억원 늘어난 1천억원으로 잡았다"며 "2011년까지 IB 부문 자산 16조 8천억원, 수익 5200억원을 달성해 국내 3대 IB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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