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풀리자 '이자놀이' 나선 은행들
지난해 예금이 증시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렸던 은행권이
올해 들어 예금 잔액이 급증하면서 자금 압박에서 벗어난 시중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돈줄이 풀리자마자 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을 노린 이자놀이에 나선 것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주요 5대 은행의 1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대비 8조1천844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4조2천196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업대출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우리은행으로 한달 새 2조6천900억원이 늘어났다. 이어 국민은행(2조4천99억원) 신한은행(1조897억) 기업은행(1조) 하나은행(6천31억원)의 순이었다.
은행권 전체의 기업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11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주요 5대 은행의 경우 한달 새 8천486억원이나 증가했다.
시중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증시로 떠났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도 휘청거리면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을 택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경쟁적으로 6%대 고금리 특판예금을 쏟아낸 것도 예금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 증가액은 20조3천883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임금 근로자들의 월급통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지난달 5천838억원 줄어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는 나타냈다.
그러나 시중 은행들이 무리하게 대출 확대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 급등세가 재연된다면 은행권 대출이 부실화 할 수도 있다"며 "은행들은 과도한 자산 운용을 자제하고 위험관리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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