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 중국 IPO 열풍, '대박꿈'은 지속된다

2012-04-16 11:30

중국에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증시활황으로 중국기업들이 기업공개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의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중국증시의 기업공개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면서 세계 증시자금의 중국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기업공개에 대한 부정적 거품논란도 나오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중국본토의 상해증시와 심천증시에서 기업공개를 한 기업은 무려 102개에 달한다. 이들은 기업공개를 통해 64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미국 510억달러, 영국 430억달러 등을 크게 앞지른 액수이다.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는 이달초 기업공개를 통해 시가총액이 1조1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순식간에 기업가치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5일 중국증시(A주)에 처음 등장한 페트로차이나 주식전광판 모습.
이로 인해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기업공개 첫날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세자릿수 상승률도 이제는 더 놀라울 일도 아니다.

최근 기업공개의 정점에는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중국 최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닷컴 등이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당초 공모주 가격이 주당 16.70위안(2072원)이었지만 상장 첫날인 지난 5일 개장과 함께 48.62위안(6032원)으로 191.02%나 뛰어올랐다. 상해증시(A주)와 홍콩증시(H주)를 합한 시가총액이 1조1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순식간에 기업가치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세계 2위 미국 메이저 석유업체 엑슨모빌 시가총액 4876억달러의 2.27배에 달했다. 또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본토 증시사상 최대규모 IPO이자 올해 세계 최대 IPO가 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중 4개 기업이 포함됐다. 페트로차이나와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 통신회사인 차이나모바일, 석유화학회사인 중국석화(CNPC) 등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엑슨모빌, 제네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 3개로 줄어들었다.

이어 지난 6일 8억5890만주를 매각한 알리바바닷컴은 상장 첫날에만 13.50홍콩달러에서 39.50홍콩달러로 폭등했다. 상승폭이 3배에 달하는 193%을 기록한 셈이다. 시가총액은 257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150억달러인 한국 최대 온라인기업 NHN을 넘어서고 아시아 최대 인터넷기업인 야후재팬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세계적으로는 구글, 이베이, 야후, 야후재팬에 이어 5위권이다.

페트로차이나, 알리바바닷컴 등 뿐만 아니라 올들어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신화에너지는 기업공개로 상해증시에서 88억달러 자금을 모았다. 또 건설은행 77억달러, 중신은행 54억달러, 평안보험 52억달러, 교통은행 34억달러, 흥업은행 22억달러 등도 본토증시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중국기업들이 본토증시로 몰리는 데는 경제성장으로 인해 투자금 모금이 수월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다 중국정부의 본토증시 육성 방침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국영기업의 경우 국내외 동시상장을 금지하고 국내증시에 우선 상장토록 하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홍콩과 상해에 모두 상장되더라도 전체 유통주식의 60~70%가 중국내에서 거래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기업공개 붐은 기본적으로 고속성장하고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을 반영한 증시활황과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기인하고 있지만 중국정부와 투자은행들의 ‘입김’도 작용하는 등 중국시장만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시장만의 특성이 반영되면서 중국증시에 대한 거품논란도 일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시가총액이 세계 1위로 올랐지만 2위인 엑슨모빌 순수익의 절반수준인 109억달러에 그쳐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중 매출액 기준으로는 50대 기업에 불과 2개만이 포함됐을 뿐이다. 알리바바닷컴도 주가수익비율(PER)이 320배에 달해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인 18배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WSJ는 “중국 주식시장의 과열위험은 매우 높다”며 “현재 중국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은 어느 측면으로 봐도 위험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증시는 붕괴 직전의 나스닥과 닮았다”고 경고했다. 뉴욕이나 홍콩 증시까지 기염을 토할 정도로 중국 주식의 글로벌화가 진전됐기 때문에 중국증시의 버블이 꺼질 경우 글로벌 증시가 받을 충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잇따른 대박으로 성공가도를 달린다지만 최근 일고 있는 주가급등세를 둘러싼 거품논란이 확산될 경우 기업공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주경제연구소 김태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