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 니트족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면 중년에 접어들면서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2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 고용지표들은 여전히 양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올해 들어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인구가 이례적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청년층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14.5%(235만명)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나타낸다.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청년층 자발적 쉬었음은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고용의 질은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민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는 비중도 청년층 32.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며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타난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로 지난 1년간 25.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자발적 쉬었음과 비자발적 쉬었음의 기여율은 각각 28.2%, 71.8%다.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이내인 청년층의 경우 근로희망 비율이 90% 수준이나 1년이 지날 경우 동 수치는 50% 내외로 하락한다. 이로 인해 쉬었음 상태에서 취업에 성공할 확률 5.6%, 2023년 기준은 실업 상태 26.4% 대비 현저히 낮다.
실제 일본의 경우 청년 고용시장 악화는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노동시장이 회복된 현재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나타난 청년 니트족 증가가 시차를 두고 핵심연령 니트족 증가로 이어지면서다.
일본은 경기침체가 발생하면서 제1차(1993~2005년, 거품경제 붕괴), 제2차(2008~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취직빙하기를 지나게 됐다. 이 기간 일본의 노동관련 지표들이 악화됐으며 특히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악화했다.
제1차 취직빙하기에 고용시장 악화가 이어지면서 청년 니트족이 약 20만명 정도 증가(25~34세 기준, 1996년 대비)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일본 청년 실업률은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청년 니트족의 경우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하지 못하고 니트족으로 머무르면서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 과장은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인 만큼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청년 실업률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청년 쉬었음 인구 42만2000명(3분기 기준) 중 60.8%인 25만6000명은 향후 1년 내 구직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구직자다.
이 과장은 "향후 청년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 사이의 노동 이동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나타난 청년층 고용상황 둔화와 쉬었음 증가가 전체 노동시장의 둔화로 이어질지 향후 고용상황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