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흔히 가요계를 '전쟁터'라고 부른다. 매해 수십 개의 아이돌그룹이 뜨고 지는 곳이니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이같은 전쟁터, 아티스트의 분투를 '별들의 전쟁'이라는 낭만으로 포장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잔혹하다.
그중에서도 크래비티(CRAVITY)는 가장 힘든 시기에 피어났다.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데뷔했고 K팝 역사상 전례 없는 세대가 되었다. 무대에 설 기회는 적었고, 팬들과 만날 자리조차 없었다. 그들은 텅 빈 무대에서 노래하였고 데뷔와 동시에 생존의 압박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럼에도 크래비티는 꿋꿋하게 걸어 나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 이들은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며 성장했다. 그렇게 4세대 아이돌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마침내 승리의 왕관을 썼다.
크래비티는 메인 래퍼이자 리더인 세림, 리드 래퍼 앨런, 메인 보컬 우빈, 리드 보컬 정모, 형준, 태영, 서브 보컬 원진, 민희, 성민으로 구성된 9인조 보이그룹이다. 그룹명은 '크리에이티브(Creativity)'와 '그래비티(Gravity)'의 합성어로 각각 다른 멤버들이 모여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 팬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를 담는다. 또 '센터 오브 그래비티(Center of Gravity)'로 K팝 신(Scene)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팬데믹 시기에 데뷔했음에도 크래비티가 거둔 성과들은 눈부셨다. 탄탄한 실력과 독특한 음악 스타일, 퍼포먼스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멜론 뮤직 어워드, MAMA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데뷔 앨범 '하이드아웃: 리멤버 후 위 아(Season 1. Hideout: Remember Who We Are)'는 아이튠즈 K팝 앨범 차트 7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하며 국제적 인기를 증명했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팬덤 확장을 이뤄냈다. 특히 자체 제작 리얼리티 프로그램 '크래비티 파크'는 팬덤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멤버들의 입담과 예능감, 케미스트리가 빛났다. 2020년 6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해당 프로그램은 '팬덤 유입'의 장으로 장기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100회를 앞두고 있다.
크래비티의 주무기는 '치열함'이다. 동시기 데뷔한 아이돌그룹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유기도 하다. 최악의 시기에 데뷔했고 치열하게 살아남았으며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그들은 치열함을 무기로 더욱 짜릿한 성장 서사를 완성한다.
같은 맥락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로드 투 킹덤: 에이스 오브 에이스'의 활약도 인상 깊다. 데뷔 5년 차에 서바이벌을 치르게 된 이들은 '최하위'에서 '1위'라는 극적인 성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평가전이었던 첫 경연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팀 퍼포먼스를 펼치지 못했던 바. '베니 비디 비치(VENI VIDI VICI)'를 텅 빈 무대에서 부르며 데뷔 시절의 아픔을 다시금 떠올려야 했다. 팀 에이스 형준은 눈물까지 쏟았고 크래비티 멤버들도 "몸을 사리지 않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방송된 '로드 투 킹덤: 에이스 오브 에이스' 1차전 'VS' 미션에서 크래비티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슈가 러쉬 라이드(Sugar Rush Ride)'를 선곡, 평가전의 치욕을 씻었다.
앞서 형준은 지난 9월 28일 열린 팬콘서트 '비욘드 유어 메모리즈(BEYOND YOUR MEMORIES)'에서 "경연 당시에는 멤버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1회가) 방영되고 나니 '러비티'(팬덤)를 볼 면목이 없더라"며 눈물을 쏟았던 바. 평가전 이후 마음고생을 겪어왔던 형준은 멤버들의 응원으로 다시 한번 '에이스' 멤버로 출전했다.
이날 무대는 그야말로 '독기' 가득했다. 형준이 지난 패배 후 얼마나 이를 갈아왔는지, 멤버들은 그를 믿고 응원하며 이끌어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에이스' 형준의 존재감, 세림의 리더십, 원진·태영의 환상적 페어 안무, 앨런의 몰입감 높이는 랩 파트, 우빈·민희의 안정적 보컬과 성민·정모의 뛰어난 표현력이 어우러졌고 환상적인 결과물을 남겼다. 크래비티의 '성장 서사'와 그들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긴 무대였다.
현장 투표 결과 크래비티는 세 팀 중 승리를 차지했고 이어 자체 평가까지 합산한 전체 팀 랭킹에서 최종 1위에 올랐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마치 크래비티의 지난 역사와도 같다. 폐허의 순간마다 희망의 깃발을 들어 올린 이들은 또 다른 전장으로 나선다. 이들이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고, 최고의 순간을 맞는 드라마가 여느 때보다 짜릿하다.
크래비티가 그려갈 승리의 서사를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