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이 약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세 세입자의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단기 공급 해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1%를 기록해 지난해 3월(4.08%)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주택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강남 11개구의 전월세 전환율은 4.06%로,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전환율을 보였다. 강북 14개구의 전월세 전환율도 4.14%를 기록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비율이다. 전월세 전환율 하락은 최근 수도권에서 월세보다 전세 수요가 높아지며 월세 대비 보증금 부담이 상승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세 수요 증가로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327가구로, 6개월 전(3만1557가구) 대비 10.3%나 감소했다. 특히 서울 외 수도권의 전세 물량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경기도 내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24.6%가 감소한 2만9249가구에 그쳤다. 인천 역시 반년 새 전세 공급 물량이 7578가구에서 4989가구로 34% 넘게 감소했다.
한편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그간 계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내 아파트 임대차 중 전세 비중은 지난해 4분기 51.9%에서 올해 1분기 56.8%, 2분기 57.1%를 거쳐 3분기에는 59.5%까지 상승했다. 인천 역시 4분기 58%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전세 비중이 54.4%까지 떨어졌지만 3분기에는 60%대를 넘겼다. 서울도 4분기 59.4%에서 올해 1분기 58.1%로 소폭 하락했다가 2분기 다시 59.6%를 기록한 후 3분기 61.8%까지 상승했다.
전월세 전환율 수치가 낮아지면 월세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전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전세 비중이 확대되고 전세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환율이 하락하며 지역에 따라 동일 월세의 경우에도 전환율이 낮은 수도권 시장의 전세가격이 더욱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의 경우 아직까지 가격을 회복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전세에 그간 수요가 몰렸고, 전세도 공급난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앞으로도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내년까지 전세 가격이 상승해 매매가격을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장기적으로 저금리 시대로 선회하고 서울 주택 입주 물량이 2026년부터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런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비아파트 매입과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대체 공급 시점을 앞당겨 입주 및 전세 시장 불안 해소 시그널을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