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상품교역 중심의 한·중 FTA가 발효(2015년 12월)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한·중 FTA는 초기 개방 수준이 낮은 협정이었지만 매년 관세가 내려가면서 지난 10년간 철폐된 품목 수가 총 6256개에 이른다. 2021년 한·중 양국 교역액 사상 첫 3000억 달러를 돌파해 2022년 한·중 간 교역액이 3104억 달러까지 확대되었다. 비록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에 따른 반도체 수출 하락과 중국 경제 침체 그리고 한·중 관계까지 냉각되면서 2023년 교역액이 2677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한·중 FTA가 한·중 간 교역 확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 자립화와 자체 공급망·산업망 구축이 빨라지면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기업 9만7231개 중 대중국 수출기업 수가 2만8181개(30% 비중)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지만 대중국 수입기업은 총 16만1399개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대중 수출보다 대중 수입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모멘텀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품교역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교역으로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 기간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장에 기대감이 커져 가고 있다.
2015년 한·중 FTA 체결 당시 양국은 서비스·투자 분야는 제한적 개방인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방하기로 했고, 한·중 FTA 발효 후 2년 내 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한 후속협상을 개시해 포괄적인 개방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18년 3월 제1차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2단계 협상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와 미·중 충돌, 한·중 관계 냉각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지난 4년간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냉각된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한·중 FTA 2단계 협상이 현실성이 없고 우리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애기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중 간 제조업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비스 무역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핵심은 우리 정부가 한·중 FTA 발효 10년의 변화와 특징을 기반으로 실익의 관점에서 2단계 후속협상을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필자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성공적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위한 개인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 한·중 FTA 협정의 개방 폭을 확대하고 합의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개정하거나 재협상을 해야 한다. 한·중 FTA 협상 당시 타결되지 않은 쟁점에 대해 차기 협상의제로 넘긴 빌트인(built-in) 영역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와 협력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분야가 대표적이다. 기존 협정문에서 전자상거래는 금융·통신·투자 등과 같이 독립적인 장으로 구분되었지만 권고조항(recommendation)이다 보니 있으나 마나 한 조항에 불과했다.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전자상거래상 개인정보 보호, 종이 없는 무역, 전자상거래에 관한 협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큰 틀의 조항을 좀 더 세분화해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중국은 한국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2단계 협상도 5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창 총리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2023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진행된 한·중 회담에서 리창 총리는 "개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FTA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FTA 협정문 부속서에도 “양국은 관련 장(Chapter)의 어떠한 조항(article)도 다시 논의할 수 있으며, 새로운 내용 제안도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한·중 FTA의 이행을 점검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구속력이 떨어지는 조항에 대한 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국 본토와 홍콩 간에 체결한 CEPA(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협정 수준의 서비스 무역 자유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단계 협상에서 규정한 서비스 분야 개방 수준을 보면 총 155개 서비스 분야 중 컴퓨터 설비·자문, 프랜차이징, 금융정보 제공 등 6개 분야만 완전 개방이고 나머지는 제한적 개방(문화·금융·환경 서비스 등 84개 분야)과 미개방(65개 분야)으로 분류되어 있다. CEPA 서비스협정은 WTO 160개 서비스 분야 중 상업적 주제(Mode3)에 134개 분야를 네거티브 리스트로 개방했다. 따라서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 시장개방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양국 간 비대칭인 시장 규제를 타파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한국 여행사는 중국인 대상 아웃바운드 영업이 불가능한데, 한국에서 시트립(Ctrip), 중국국제여행사(CITS) 등 중국 기업은 아웃바운드 영업이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판호 발급, ICP 경영허가증 취득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장벽이 존재한다. 다양한 서비스 영역을 감안해 CEPA처럼 매년 보충협상을 통해 부속서를 체결하면서 점진적으로 서비스 시장의 개방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도 활용 가능하다. 결국 2단계 협상은 기존 제한하고 있는 시장 접근 및 내국민 대우에 대한 조치 철폐 및 완화와 CEPA 수준의 개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서비스무역 자유화가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양국 간 정치외교적 충돌로 인해 서비스·투자기업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사드갈등 방지조항‘을 가능한 한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협정문 제21조 2항에 의하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필요하면 교역제한 조치는 한·중 FTA의 안보 예외 조항에 기초하여 허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한·중 FTA 안보 예외 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불확실성과 불명확성을 내재하고 있다. 서비스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제2의 사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서비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으로의 송금과 청산절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규정과 연결시켜 기업들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2단계 협상의 목적은 우리 기업의 서비스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투자한 기업들을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안보 변수가 양국 서비스산업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만 비로소 양국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 과거 자유무역 질서가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시대로 접어들면서 한·중 양국 간 협력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중 FTA 2단계 협상이 양국 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주중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와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과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
2015년 한·중 FTA 체결 당시 양국은 서비스·투자 분야는 제한적 개방인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방하기로 했고, 한·중 FTA 발효 후 2년 내 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한 후속협상을 개시해 포괄적인 개방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18년 3월 제1차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2단계 협상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와 미·중 충돌, 한·중 관계 냉각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지난 4년간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냉각된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한·중 FTA 2단계 협상이 현실성이 없고 우리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애기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중 간 제조업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비스 무역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핵심은 우리 정부가 한·중 FTA 발효 10년의 변화와 특징을 기반으로 실익의 관점에서 2단계 후속협상을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필자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성공적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위한 개인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 한·중 FTA 협정의 개방 폭을 확대하고 합의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개정하거나 재협상을 해야 한다. 한·중 FTA 협상 당시 타결되지 않은 쟁점에 대해 차기 협상의제로 넘긴 빌트인(built-in) 영역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와 협력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분야가 대표적이다. 기존 협정문에서 전자상거래는 금융·통신·투자 등과 같이 독립적인 장으로 구분되었지만 권고조항(recommendation)이다 보니 있으나 마나 한 조항에 불과했다.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전자상거래상 개인정보 보호, 종이 없는 무역, 전자상거래에 관한 협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큰 틀의 조항을 좀 더 세분화해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중국은 한국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2단계 협상도 5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창 총리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2023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진행된 한·중 회담에서 리창 총리는 "개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FTA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FTA 협정문 부속서에도 “양국은 관련 장(Chapter)의 어떠한 조항(article)도 다시 논의할 수 있으며, 새로운 내용 제안도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한·중 FTA의 이행을 점검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구속력이 떨어지는 조항에 대한 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국 본토와 홍콩 간에 체결한 CEPA(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협정 수준의 서비스 무역 자유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단계 협상에서 규정한 서비스 분야 개방 수준을 보면 총 155개 서비스 분야 중 컴퓨터 설비·자문, 프랜차이징, 금융정보 제공 등 6개 분야만 완전 개방이고 나머지는 제한적 개방(문화·금융·환경 서비스 등 84개 분야)과 미개방(65개 분야)으로 분류되어 있다. CEPA 서비스협정은 WTO 160개 서비스 분야 중 상업적 주제(Mode3)에 134개 분야를 네거티브 리스트로 개방했다. 따라서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 시장개방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양국 간 비대칭인 시장 규제를 타파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한국 여행사는 중국인 대상 아웃바운드 영업이 불가능한데, 한국에서 시트립(Ctrip), 중국국제여행사(CITS) 등 중국 기업은 아웃바운드 영업이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판호 발급, ICP 경영허가증 취득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장벽이 존재한다. 다양한 서비스 영역을 감안해 CEPA처럼 매년 보충협상을 통해 부속서를 체결하면서 점진적으로 서비스 시장의 개방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도 활용 가능하다. 결국 2단계 협상은 기존 제한하고 있는 시장 접근 및 내국민 대우에 대한 조치 철폐 및 완화와 CEPA 수준의 개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서비스무역 자유화가 핵심이 될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주중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와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과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