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명문대에서 석박사생 수가 학부생 수를 넘어서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인재 육성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람들의 평균 학력 수준이 불필요하게 상승하는, 이른바 '학력 인플레'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22일 홍콩 명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간쑤성 란저우대학교는 최근 몇년간 석박사생 모집 정원을 점차 늘리면서 올해 재학 중인 전체 석박사생 수가 처음으로 학부생 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사실 란저우 대학뿐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관찰보는 최근 중국 정부의 일류대학 육성 프로젝트, 이른바 '985 대학'에 속하는 39곳 대학 중 석박사생 모집 정원이 학부생보다 적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985대학에는 란저우대학을 비롯해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교통대, 인민대, 난카이대 등 중국 명문대가 모두 포함돼 있다.
실제로 베이징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 현지 4년제 대학교 정규 졸업생 수는 29만6000명으로, 이 중 석박사생이 16만명으로 학부생보다 3만명 더 많았다. 예를 들면 올해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학부생 수는 3800명 미만이지만, 석박사생 수는 1만명을 초과했다.
사실 중국이 대학교의 대학원생 모집 정원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3월부터다. 이는 고급 연구형 대학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교육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과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며 미국의 대중 기술 발전 억제 움직임이 두드러진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과학기술 자립과 고품질 성장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고급 연구 인재 수요를 확충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중국의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학력 인플레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높다. 슝빙치 중국 21세기교육연구원장은 명보를 통해 "석박사생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지 못한 채 단순히 모집 정원만 확대해 석박사생의 사회 수요를 초과한다면 결국엔 고학력자의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나 하향취업 등과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얼마 전엔 중국 난징항공우주대 소속 고등학교 게시판에는 임시계약직으로 잡역부 모집 공고 채용에 24세의 물리학 석사생이 채용됐다는 소식이 올라와 학력 인플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 석박사생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청년 실업난이 심화하면서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원생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18.8%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인 7월 17.1%보다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등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자 통계 집계 방식을 바꿨는데, 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158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취업시장에 진입한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고학력 구직자들의 기대치와 일자리 간의 불일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