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신분 위장 수사'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됐다. 딥페이크 관련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단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연휴 직후인 19일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법안을 논의한다. 현재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및 단속, 피해자 지원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을 논의 중이다. 9월 중 딥페이크 관련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발표한 '딥페이스 성범죄 수사·처벌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통상적인 수사방법으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나 다크웹 등 폐쇄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수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며 "입법적으로 현행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위장수사기법을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장수사는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에서 활동하는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신분위장수사를 통해 검거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는 1141명에 달한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의 음지화와 폐쇄성 탓에 통상적인 수사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허위영상물 범죄 검거율(발생건수 대비 검거건수)은 2021년 47.4%, 2022년 46.9%, 2023년 51.7%로 절반 수준이다. 올해 1∼7월 기준으로는 49.5%를 기록했다.
입법조사처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의 범죄에 대한 대응체계로는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범죄와는 다른 디지털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사의 효율성·합목적성에 부합하는 탄력적 대응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효과적인 수사상의 이익과 이로 인해 침해될 것이 우려되는 기본권 등을 이익형량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분위장수사기법을 성인 대상 범죄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 침해 등이 우려돼 수사권 확대를 위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는 여가위 현안 보고에서 "수사기관이 (위장 수사 과정에서) 실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광고·거래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수반할 수 있다"면서 "운영 성과와 실익, 문제점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주장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신분위장수사는 마약범죄수사나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신분 위장 수사는) 개인의 사생활 및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므로 일부 범죄에 제한적으로 도입해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