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로 무너진 국민의힘을 재건할 신임 당 대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선출됐다. 한 신임 대표의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보들 간의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전당대회였던 만큼,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당 통합'이 꼽힌다. 192석의 거대 야당과 맞서려면 우선 당이 일치단결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불편한 동행이 지속되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반발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신임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일부 친윤 의원들이 어깃장을 놓더라도, 결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 때문에 한 신임 대표의 편을 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정 관계의 경우 한 신임 대표의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실도 보조를 맞추려 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현재 원내를 살펴보면, 친한(친한동훈)계가 60%, 비한(비한동훈)계 40%라고 본다"며 "반대하던 쪽도 결국 당 대표의 눈치를 보다가 줄을 서게 돼 있다"고 내다봤다. 황 평론가는 "대표적 친윤인 이철규 의원 등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겠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계파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각 계파별 '파워게임'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한 신임 대표 사퇴 요구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요구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말까지는 괜찮겠지만, 내년 정도엔 본격적으로 '한동훈 흔들기'가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신임 대표와 대통령실의 관계를 두고 '불편한 동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신 교수는 "일단 당과 대통령실이 한 신임 대표 임기 초반에는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서로 보일 것"이라면서도 "한 신임 대표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응할 텐데, 이 경우 대통령실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박 평론가 역시 "당정 관계는 파탄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갈등과 협력 관계를 반복할 것"이라며 "사안 별로 선별적으로 갈등할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다수 문제는 협력하면서 몸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한 신임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는 당을 운영할 수 없다"며 "당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에 협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평론가는 "한 신임 대표의 캐치프레이즈는 '변화'"라며 "당장 변하지 않으면 몇 년 뒤엔 더 힘들기 때문에 크게 변화해야 한다는 게 한 신임 대표의 입장"이라고 봤다. 그는 또 "그렇다 보니 당정관계에 있어서 김기현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의 중간 정도 입장이 될 것"이라며 "이 전 대표처럼 너무 대들지는 않을 테지만, 쓴소리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 계속 당정관계는 불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