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이노베이션, SK E&S,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계열사들의 합병안을 각 사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면서 1차적인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은 종료된 모양새다.
SK그룹은 연말까지 계열사 합병작업을 진행하면서 2차 리밸런싱 작업인 재원 확보에 돌입한다. SK그룹의 신규 투자는 목표한 재원 확보가 종료된 후에야 수립될 전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 겸 투자전문회사인 SK(주)는 2026년까지 80조원을 확보한다는 그룹 리밸런싱 작업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자제한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까지 재원 80조원을 확보하고,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FCF(잉여현금흐름) 30조원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재원 확보 과정에서는 계열사들의 중복 투자 사업과 수익성이 낮은 법인에 대한 청산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주) 연결대상 기업은 2020년 325개에서 지난해 716개로 연평균 195개 법인이 증가했다. 다만 올해 초부터는 그룹 리밸런싱 작업에 공감대가 생기면서 불필요한 연결회사를 청산하거나 매각하면서 1분기에만 연결회사 29개가 감소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 산하 태양광 발전 및 에너지 법인과 폐기물 처리업 법인이 다수 정리됐다.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 역시 11번가, 코빗 등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들의 중복 투자 법인도 다수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소 분야에서는 SK E&S와 SK가스가,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SK케미칼이 각자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 투자에 있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가 다수 진행됐다. 동박 분야에서도 SK㈜와 SKC가, 실리콘음극재 분야에서는 SK머티리얼즈와 SKC가 같거나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중복 투자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을 통합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각 사별 내부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간 그룹의 투자는 인공지능(AI)와 반도체에 집중된다. 신사업 발굴은 그룹의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안정화된 이후에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리밸런싱 작업과 별개로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전날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양사의 합병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 이를 통해 2030년 EBITDA 20조원 규모의 종합에너지회사로 도약하고, 연간 2조2000억원의 시너지 창출효과를 낸다는 목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합병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합병 회사는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배터리, 에너지 솔루션,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핵심 에너지 사업들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