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고법 형사6-3부(이예슬, 정재오, 최은정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25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 수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 등을 종합할 때 원심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해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1심보다 형량을 5년 늘렸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결별 요구 이후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피해자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으로 전화해 소재를 확인하는 등 피해자를 신체적·정신적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스토킹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법에 마련된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했음에도 피고인은 앙심을 품고 흉기를 구매해 피해자 집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 기회를 노리다가 출근을 위해 걸어 나오는 피해자를 비상계단으로 끌고 가 범행했다"며 "당시 피해자 어머니는 범행을 목격하고 막아보려고 했으나 못했고 6세 딸은 피범벅 된 피해자와 할머니를 목격해 트라우마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거듭 A씨를 질타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3분경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과거에도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해 6월 'B씨 반경 100m이내 접근을 금지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항소심이 이뤄진 날은 공교롭게 B씨가 사망 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B씨의 유족은 판결 직후 기자들을 만나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형량이란 있을 수가 없다"며 "이 재판이 끝나면서 가장 허무한 것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국가가 묵인한 범죄"라고 강조하며 "교제폭력처벌법 법안이 논의됐다가 폐지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얼마나 무수히 많은 아까운 목숨이 사라져갔는지 제발 생각해 올해 안에는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국회에 입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