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62)이 17일 내정됐다.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탈북민 출신 인사가 기용되는 건 처음이다.
태 전 의원은 민주평통 사무처장 후보로 인사 검증을 거쳤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의원이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임명되면 탈북민 출신 첫 차관급 인사가 된다. 현재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전임 석동현 처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올해 1월 사퇴한 이후 약 6개월간 공석인 상태다.
윤 대통령이 태 전 의원을 내정한 이유를 두고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 인권 문제 해결과 탈북민 포용 정책에 중점을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역대 대통령 중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고, 지난 14일 첫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태 전 의원은 1962년 북한 평양시 출생으로 현지에서 북경외대부속외국어학교 및 북경외대 영문학과를 졸업해 총 8년간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했다. 그는 졸업 후 주영국 북한 공사로 근무하다 탈북을 결심하고, 2016년 8월 망명했다.
태 전 의원은 북한의 최고 엘리트 집단인 외교관 출신답게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그는 탈북 이전까지는 현학봉 대사에 이어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서열 2위였다. 1996년에 탈북한 잠비아 주재 북한 대사관 서기관이던 현성일과 함께 북한 외무성에서 손꼽히는 유럽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는 탈북 이후 2020년 4월 15일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외교통일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 발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JMS(쓰레기·돈·성) 민주당' 글 게시,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킨 녹취록 유출 파문 등으로 물의를 빚고 5월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올해 4월에 열린 22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해 재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태 전 의원은 탈북 이후에 꾸준히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2021년 9월 '북한인권의 날'로 지정하는 '북한인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당시 그는 "북한인권법 시행은 2500만 북한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며, 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대장정에 돌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태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시절 민주평통 차원의 북한 인권 개선 사업 추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사무처장에 임명된다면 북한 관련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