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필두로 100%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늘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판매 채널을 100%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해 커스터마이징, 추천팁, 가격 견적 등을 제공 100% 온라인 체계를 갖췄다.
볼보 역시 영국을 필두로 미국, 호주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짐 로완 볼보 CEO(최고경영자)는 2022년 취임 직후 온라인 판매 대전환을 예고하면서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는 큰 결함이 있다"면서 "강화된 디지털 시스템, 투명한 가격이 회사의 수익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국내에서 '원(ONE) 프라이스 제도(정찰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만큼 직접 판매 전환이 임박했다는 게 업체 추측이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에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한 메르세데스-벤츠도 2026년께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2025년 전기차 도입을 기점으로 온라인 판매로 전환, 오프라인에선 직원들이 시승·상담만 하는 판매 방식을 검토 중이다.
수입차 업체의 온라인 직판매는 딜러사나 딜러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수입차의 가격이 정찰제로 전환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수입차의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2030의 소비패턴 변화와 관련이 깊다. 코로나19 시대에 대학을 졸업해 사회 초년생이된 이들은 대면 거래보다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고, 저렴한 가격을 찾아 발품을 팔기 보다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가격에 브랜드 신뢰도를 얻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어떤 전시장에서 어떤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차량인데도 가격이 수백만원 씩 달라지고, 하다못해 사은품과 서비스 구성에도 많은 차이가 난다"면서 "과거 소비자들은 이리저리 발품을 찾아 딜러를 발견하고 흥정을 하는데 즐거움을 느꼈지만 MZ세대는 그런 과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오히려 '포모(FOMO, 고립공포감)'에 지나치게 민감해 나만 정보에서 소외돼 비싸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라리 통일된 가격에서 오는 안정감, 노세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업계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면서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는 마케킹을 강화한 영향도 크다. 혼다는 100%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가격 거품을 없애고,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가격을 제공한다는 브랜드 정책을 앞세웠다. 볼보 역시 "원 프라이스 도입 후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돼 충성 고객층이 늘었다"면서 "제품을 상향평준화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입차 판매 방식이 변하면서 기존 딜러사들도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100%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영업사원(딜러)의 업무를 세일즈(판매)에서 CS로 바꾸고, 명칭도 '혼다 큐레이터'로 바꿨다. 혼다 큐레이터의 업무는 판매 대신 브랜드 및 시승 관리, 문화체험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역시 딜러들에게 판매 외에도 특화된 AS, 전기차 정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