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제2의 엔비디아'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브로드컴으로 몰렸다. 액면분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양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국내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브로드컴이다. 투자자들은 7거래일 간 브로드컴 주식을 1억1301만달러(약 1558억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주가 급등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또 다른 AI 반도체 투자처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신중론이 등장하고 있다. 또 최근 들어서는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브로드컴은 직접적인 AI 반도체주는 아니다. 다만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에서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돕는 첨단 네트워킹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55% 넘게 오른 종목임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은 실적 개선과 액면분할 기대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의 2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124억9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20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브로드컴은 2024 회계연도 한 해 매출 전망치도 기존보다 10억 달러 많은 510억 달러로 상향했다. 이에 더해 브로드컴은 오는 12일 액면분할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1주당 9주를 추가로 받게 된다. 앞서 지난달 액면분할을 진행했던 엔비디아도 5거래일 동안 12%가 올랐다.
반면 엔비디아는 보관금액 기준 1위 자리를 테슬라에 내줬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엔비디아는 상반기 말 130억9802만 달러(약 18조1407억원)에서 132억8951만 달러(약 18조4059억원)로 1.4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테슬라는 26.79% 증가해 150억5416만 달러(약 20조8500억원)로 집계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18일 역대 최고가인 135.58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이후부터 이달 5일까지 주가가 약 7%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역시 이익증가율이 정점을 지난 엔비디아보다 앞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의 주가 수익률이 양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등 2024년 이익 사이클이 개선되는 기업은 6월 주가 수익률이 엔비디아보다 높았다"며 "브로드컴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024년 1분기 저점, 2분기 개선을 확인하고 2025년 1분기까지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