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먹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주가가 오르면 대거 보유 주식을 팔아버려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왔죠. 이달부터는 24일부터는 '사전의무공시'가 시행됩니다. 사전의무공시는 대규모 주식거래를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건데요. 이사·감사 및 사실상 임원을 포함하는 상장사 임원과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고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라면 매매 거래 전 미리 공시를 해야 됩니다.
우선주를 포함한 지분증권,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발행 주식 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할 때 매매 예정일의 90일 이전, 최소 30일 전까지 공시해야 된다는 겁니다. 매매 계획을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할 경우, 매매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등 사전의무공시 제도를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2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합니다.
주요 주주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 나설 때에도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하는데요. 지난달 14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약 16% 하락 마감했습니다. 회사 설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던 블루런벤처스(BRV)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210만주가 넘는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BRV는 5월에도 143만주를 처분해 이튿날 주가가 12% 넘게 빠졌죠.
올해는 특히 제도 시행을 앞두고 블록딜이 늘었습니다. 매도 의사를 미리 밝히는 만큼 주가에는 하방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죠. 발표 직후 주가가 크게 내린다면 계획했던 만큼 자금을 확보하긴 어려워질 수 있죠.
그렇다 보니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처분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았습니다. LS머트리얼즈 역시 2대 주주의 블록딜로 이튿날 주가가 9.54% 하락했어요. 에스엠, HD현대중공업, DS단석 등도 블록딜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들의 대량 매도에 따른 것이었죠.
그런데 사전공시 의무 대상에서 FI는 제외돼 있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때문에 FI들의 블록딜로 인한 주가 급락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답니다.
개정안 시행 전에 미리 사전공시 의무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지난 5월 하이브 주식 110만주를 처분했는데요. 지분율은 12.08%에서 9.44%로 내려갔습니다. 10% 아래로 내려가면서 의무 대상을 피하게 된 것이죠. 한미반도체도 지난 5월 HPSP 주식 84만7000주를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0.57%에서 9.55%로 낮아졌습니다.
제도 시행 전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회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죠. 제도 자체는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대응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지분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가 아니라면 쪼개서 처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 후 꼼수가 나온다면 보완 과정을 거치면서 개선될 여지도 있겠습니다. 제도 시행 전인 만큼 섣불리 제도 시행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겠죠. 사전공시 1호는 어느 곳이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